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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저자 : 박지원 ㅣ 출판사 : 돌베개 ㅣ 역자 : 박희병

2005.05.30 ㅣ 187p ㅣ ISBN-13 : 978897199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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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문학 > 문학이론일반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는 연암이 그의 가족과 벗들에게 보낸 편지글 모음 이다. 이 책의 편지들은 『연암집』에는 실려 있지 않은 것으로, 이번에 처음 세 상에 공개된다. 이 편지들은 연암이 60세 되던 1796년(정조 20) 정월에 시작되어 이듬해 8월에 끝나고 있다. 그러니까 2백여 년 전의 편지인 셈이다.
원전의 제목은 《연암선생 서간첩》(燕岩先生書簡帖)이며, 서울대 박물관 소장 자 료다.
이 책의 편지들은 연암 박지원의 문집인 『연암집』에 실려 있는 편지들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문집에 실리기에는 너무나 사적이고 또 엄정하지(?) 못 하다. 하지만 이 편지글에는 진솔함과 가족애가 묻어 있다.
『연암집』에 실려 있는 연암의 글들이 다소간 곱게 단장한 글이라면, 이 책 속의 편지들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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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독일 시민사회가 괴테라는 문호를 갖고 있다면 21세기의 한국 시민사회 는 연암이라는 문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암 박지원은 한국 문학사상(文學史上) 굴지의 대문호다. 그동안 실학(實學)과 빼어난 산문 작품을 중심으로 연암의 생애를 조명하고 그의 작품성을 평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올해는 연암 서거 200주년이다. 이제는 좀더 깊이 ‘인간 연암’에 대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연암은 21세기의 우리와는 판연히 다른 사회와 시대를 산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생각과 고심(苦心)과 그가 추구한 가치들, 그가 그려 보여준 이 세계의 깊이와 아름다움, 그토록 심절한 반성력과 자기 응시, 그가 남 긴 말들과 그가 이룩한 미학적 성취들은 장차 우리가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사회를 위해 소중한 자산이 된다.

연암 문학의 원천-다정다감한 가족애
이 책에 수록된 연암의 편지글들은 연암의 가족애를 잘 보여준다. 가족에 대한 연 암의 지극한 사랑은 남달랐는데, 이 점은 『연암집』 속의 글들, 이를테면 「큰누이 묘지명」이라든가 「큰형수 묘지명」 같은 글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 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편지글은 연암의 이런 면모를 한층 직접적이고 자세히 보 여준다.
편지글에서 드러나는, 연암이 자식들에게 보이는 깊고도 자상한 부정(父情)이라든가 병약한 손자에 대한 애정과 염려, 시집간 누이의 병에 대한 걱정, 며느리의 산 후 조리에 대한 근심 등등은 종종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초사흗날 관아의 하인이 돌아올 때 기쁜 소식을 갖고 왔더구나. ‘응애 응애’우는 소리가 편지 종이에 가득한 듯하거늘 이 세상 즐거운 일이 이보다 더한 게 어디 있겠느냐? 육순 노인이 이제부터 손자를 데리고 놀뿐 달리 무엇을 구하겠니? 또한 초이튿날 보낸 편지를 보니 산부(産婦)의 산후 여러 증세가 아직도 몹시 심 하다고 하거늘 퍽 걱정이 된다. 산후 복통에는 모름지기 생강나무를 달여 먹여야 하니, 두 번 복용하면 즉시 낫는다. 이는 네가 태어날 때 쓴 방법으로 노의(老醫) 채응우(蔡應祐)의 처방인데 신효(神效)가 있으므로 말해 준다.”
-다섯번째 편지 「큰아이에게」 중에서

연암은 51세의 나이에 상처(喪妻)하고 이후 재혼을 하지 않았다. 편지의 대부분은 아들들, 특히 큰아들에게 보낸 것들인데, 안의 현감의 직을 제수 받고 멀리 임지 에 있으면서 아이들 걱정에 이런저런 사소한 것까지 걱정하고 챙겨 보내는 따뜻한 아버지의 정이 절절이 넘친다. 손수 담근 고추장을 보내주며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답 없는 아들들을 무람없다며 나무라는 편지는 참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뭉클하 게 한다.
이 편지글이 보여주는 연암의 지극한 가족애를 통해 연암이 아주 정이 많고 다감(多感)한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다정다감함’과 대상에 쏟는 ‘사랑’의 마음은 연암 문학의 정서적·심미적 원천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 연암 -유머 속의 처연함 그리고 애민적 면모
이 책의 편지글을 통해 연암이 퍽 꼼꼼하고 주도면밀한 성격의 인간임을 알 수 있 다. 자식들을 챙겨 주는 데서건 공사간(公私間)의 일을 처리하는 데서건 공히 그 런 점이 확인된다. 세세하고 주도면밀한 성격이 글쓰기에서 용의주도한 결구(結構)와 고도의 미학적 정련(精練)을 낳은 건 아닐까?
처남 이재성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글을 지어줄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다거나 문생인 박제가와 유득공에게 정조가 특별이 지어줄 것을 요청한 「이방익전」의 초고를 부탁하는 편지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선작(先作)을 토대로 자신이 손을 좀 보아 완성하려 한 것이다. 편지글들을 통해 연암이 아무 때나 붓만 들면 글을 줄줄 써 내는 이태백 형(型)의 문인이 아니라 심사숙고하고 고심하여 글을 짓는 두보 형(型)의 작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편지글 속에서 연암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읽어낼 수 있다. 연암의 산문들은 종종 해학적인 표현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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