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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 한국 2060 여성들의 일 경험과 모험
저자 : 김현미 ㅣ 출판사 : 봄알람

2023.11.10 ㅣ 316p ㅣ ISBN-13 : 9791189623210

정가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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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사회학 > 노동/사회문제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조감한
동시대 일하는 여성들의 감정과 생태


세대를 불문하고, 현대 한국 여성들은 구조적 곤경에 처해 있다. 갈수록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세계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심리와 욕구를 오가며 일하고 있을까? 여성들은 언제 침묵하고, 언제 이야기할까? 젊은 여성들은 왜 보수화되었을까? 젊은 남성들은 왜 여성들을 증오하기 시작했을까? 여성들은 직장의 선후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등을 바라지만 일할수록 혼자만의 분투 속에 파편이 되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자원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대 여성과 남성의 일 경험을 듣고 동시대 일터가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각 세대 여성들이 각자의 싸움을 떠안고 파편화되는 대신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골몰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여성과 일터에 관해 오랜 시간 묻고 탐구해 그려낸 동시대의 지도다. 이 지도는 현대의 일터에서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조건과 감정 상태, 서로의 위치를 알려준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는 위태로움이 우리를 침묵시킬 때, 이 지도를 함께 펼쳐본다면 침묵은 깨지고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지도는 현재와 다른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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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여는 글
일하는 여성들의 딜레마
전통 질서 밖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기
일터에서 변혁을 꿈꾼다

1부 우리의 곤경에 대하여
1장 취업 문턱에서
‘오버스펙’ 취업준비생
딸의 부가가치?
엄마 미안해
마음의 보수화

2장 정규직의 주변부에서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나 할래?
요요 이행
일터를 떠도는 사람
난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

3장 내가 될 수 없는 나의 일터에서
남성이라는 대표 노동자
여성성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까?
남자처럼 생존하라
성공을 위한 현실적 조언들
흠결 없는 파편이 되어

2부 우리의 동료 남성들에 대하여
4장 남성 연대의 게임 규칙
폭력의 전시를 통한 서열화
권력자 남성의 화간 판타지
훌륭한 기혼남성은 왜 ‘일탈’하는가?
공모와 방관의 문화, 어떻게 바꿀까

5장 회색 지대의 남성 동료
적대적 성차별과 온정적 성차별
능력주의 성차별주의자의 등장
문지기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남성 동료는 왜 필요한가?
동료가 되고자 하는 남성들
‘을의 연대’는 가능한가?


3부 우리의 감정노동과 서글픈 오해에 대하여
6장 액팅: 감정 연기 전문
‘사무실의 꽃’에서 ‘친밀성의 공연자’로
젊은 여성들의 과잉 행동?
정규직 상사가 제일 감정적이다
배려심 없다는 말

7장 쇼잉: 유능하지만 무해하게
겸손하되 나대야 한다
회사에서 배우는 것
재여성화와 탈여성화 사이에서

8장 일하는 여성의 네트워킹
인정 욕구와 위험 관리
회사 밖의 안전망
고립될까, 연결될까

9장 멘토의 조건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은 사람
선을 넘어오지 마시오
여성 관리자는 성 평등에 기여할까?
서로의 거울이 되어

4부 우리는 계속 일할 수 있을까?
10장 젠더 장벽
왜 해고됐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유리 에스컬레이터
유리 낭떠러지
평범한 남성들이 순서대로 승진할 때
여자 커리어는 마흔까지
능력의 역설

11장 경력단절
정말로 그만두고 싶습니까?
왜 그만두었냐고 여성에게 묻는다면
왜 잘렸냐고 여성에게 묻는다면
“대단한 페미니스트도 아니었는데”

12장 일자리를 만드는 여성들
투자자가 보는 여성 기업
인스타그램 페미니즘과 여성 경제
페미니즘은 팔릴 수 있는가?

13장 여성들은 저항하지 않는가?
여성은 어떻게 동화되는가?
여성은 언제까지 성장해야 하는가?
여성은 경쟁하지 않는가?
여성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페미니스트 타이밍

닫는 글

참고문헌

[본 문]

첫문장
나는 줄곧 여성들이 일터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왔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여성들이 꾀하는 변화다. 그들은 덜 전통적인 방식으로, 현대 페미니즘 가치와 조우하면서 자신의 젠더-노동 정체성을 협상하고 변형시킨다. -18쪽

“자수성가와 노력을 강조하는 분들이라, 이렇게 투자를 해주고 뒤를 밀어주는데도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 생각하세요.” 그는 모부가 자신을 경멸한다고 느낀다. -41쪽

수많은 지표가 증명하는 명백한 차별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많은 여성이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한다. 대등한 경쟁과 능력주의 신화로 인해 “고용불안정성과 성차별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이며, 루저들의 변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59쪽

‘잠자리 승진’ ‘베갯머리송사’ 같은 말은 여성성과 섹슈얼리티의 수행을 여성 노동의 일부로 여기는 남성들의 견해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여성 동료가 화려하거나 수수하거나 순종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여타 어떤 특징을 가졌든, 반드시 그 ‘여성성’을 거래한 후견인이 배후에 있다고 믿는다. -71쪽

실제로 이 여성들은 ‘남성’으로 설정된 완벽한 노동자상에 당신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매일 받으며 일하고 있다. -83쪽

성적 괴롭힘은 남성동성사회에서 자신이 지위 있는 남자임을 과시적으로 증명하는 ‘전시적 남성성’의 연행이다. 전시적이라는 말은 구경꾼이 있을 때 더 활성화됨을 즉 구경꾼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93쪽

구경꾼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우발적이지 않다. (…) 가해 남성 사이에는 이 같은 방식의 성폭력을 ‘화간’으로 변형시키는 공유된 지식이 존재한다. 가해자들은 해당 성폭력을 실제 폭력이 일어난 시공간에서 탈구된 경험으로 기억하고 정말로 그렇게 믿기까지 한다. -96~97쪽

이러한 일터에서 젊은 여성은 지루한 일터에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회전문 상품이다. -143쪽

해고와 실존적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정작 자신인데 “어느새 자신이 정규직 상사의 화를 달래”고 있었다. 회사에 “위로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이들은 말한다. -150쪽

연구는 여성적 화법을 약자의 발화 방식이라 정의했다. 그런데 이런 화법은 최근 ‘성공적 고객 관리 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남성들도 그러한 화술로써 소득을 높이고 직업 환경에서 생산과 효율을 증진시킨다. 전통적으로 여성 화법이라 여겨지던 것을 일터의 남성들이 채택했을 때 그들은 약자가 되었을까? -168쪽

사무직 여성 현희 씨는 후배 여성들이 서로 ‘우쭈쭈’ 해주며 기를 세워주는 모습을 보면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한다. -181쪽

편애위협은 인구학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 대한 지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편애로 보일까 봐 느끼는 두려움이다. (…) 성차별적인 조직에서 소수의 여성 관리자로 승진한 여성들이 느끼는 이런 두려움과 위협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오히려 여성 동료나 하급자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거나, 공정한 판단조차 편애로 비칠까 염려하게 만든다. -199쪽

업무 추진비라며 사람들 밥 사주면서 법인카드 긁고 다니는 남성 과장이 있는데, 그러면 다들 좋아해요. 전 그게 안 돼요. -225쪽

나는 이직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할 때 자주 듣게 되는 ‘성장’이란 단어가 늘 마음에 걸렸다. 부당한 이직이나 부서 배치, 해고를 당했을 때 이것을 ‘성장을 위한 고통’이나 ‘성장을 위한 떠남’으로 언어화하는 것이다. (…) 남성들에게 이 단어를 자주 쓰는가를 물었을 때 그들은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276쪽

현 체제에서 일터의 여성에게 널리 요구되는 ‘균형 잡힌 여성성’은 매우 세련된 수사지만 근본적으로 기존 체제에 동화하라는 설득이다. 설득의 결과 많은 여성은 자신이 대인 관계에서 친화성이 좋고, 훌륭한 경청자이며, 후배나 동료에게 관대하다는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들의 페미니스트 자아는 그러한 욕구와 불화한다. -291쪽

끝문장
일터의 페미니즘은 현재이며 도래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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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저자가 만난 여성 중 다수가 성차별을 상당히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을 고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노력”하고 완전히 소진된 채 아무 불만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누군가는 회사가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또다시 “포기도 안 된다”고 말한다. 구조가 부조리하더라도 자신이 더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체제 안에서 성공하고 싶어요. 여자들이 더 그 강박이 있어요.”

“이 시기를 보내며 여성들은 성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여자와 남자 모습의 차이를 이해한다.”
‘이 시기’란 취업준비생 시절이다. 준비된 우수한 여성들이 “학창 시절 많이 놀았지만 군대 갔다 와서 정신 차렸다”는 남성 지원자의 한마디에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좌절감을 토로하는 시기다. 이 벽을 넘어서 직장에 들어가면 ‘본게임’이다. 차별의 존재를 믿지 않던 여성들도 직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벽에 부딪히면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이해한다’.

“아무도 반박 못 할 만큼 잘 해내면 되지요.”
차별을 익히 인지하는 여성들도 일터에서 기꺼이 경쟁한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 남성연대의 규칙을 숙지하고 인정을 갈구한다. 이 과정에서 그 질서에 동화되기도, 박차고 나오기도 한다. 가치관과 직장 문화의 불화를 겪으며 ‘버티는’ 보다 많은 이는 우울과 불안에 빠진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불리함’을 경험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골몰한다. 차별을 넘어설 만큼 더 노력해 완벽해지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어쨌든 능력이 있다면 보상을 얻으리라고 세상이 가르치지 않았던가?

“왜 잘렸는지, 왜 내가 밀려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수많은 여성의 경험이 그 가르침을 배반한다. 분투하던 여성들은 막다른 길에 내몰리고 있다.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했든 회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든, ‘여성’이라는 변별 기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기호의 작동은 도무지 논리적이지 않았다. 많은 여성이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성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여러 방식으로 끌어내려졌다.

‘때를 기다리는’ 여성들
그럼에도 왜 또다시 투쟁보다 노력을 택할까. 우리는 구조적 차별을 타격하기는 어렵기에 더 열심히 하거나 자책하는 편이 쉽다고 느낀다. 때문에 세상을 문제 삼는 대신 자신을 문제 삼는다. 그렇게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는 동안 여성들은 차별적 문화에 동화되거나, 침묵하거나, 사라지거나, 홀로 남는다. 불평등한 일터 관행을 거침없이 지적할 만큼 알고 있는 많은 여성이 정작 일터에서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 고립된 파편들은 연결될 수 있을까?

미래로 가려는 이들을 위한 지도
저자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대 여성과 남성의 일 경험을 듣고 동시대 일터가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각 세대 여성들이 각자의 싸움을 떠안고 파편화되는 대신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골몰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여성과 일터에 관해 오랜 시간 묻고 탐구해 그려낸 동시대의 지도다. 이 지도는 현대의 일터에서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곤경과 감정 상태, 서로의 위치를 알려준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는 위태로움이 우리를 침묵시킬 때, 이 지도를 함께 펼쳐본다면 침묵은 깨지고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공통의 곤경을 나누며 고립에서 벗어나고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열심히 할수록 흩어지는, 홀로 지쳐 단념하는, 익숙한 불평등에 눈감는 현실이 아닌 다른 미래를 지도는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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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젠더의 정치경제학과 노동, 글로벌 이주와 난민, 에코 페미니즘과 생태주의운동이다. 오랫동안 한국 여성들의 일 경험을 해석하며 페미니즘이 현대의 일터에서 어떻게 자원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해왔다. 페미니즘의 힘은 성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잃어온 ‘몫’을 단순히 찾아오는 게 아닌, 체제에서 주어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행을 변화시키며 해방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200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2014),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2021)을 썼고 『친밀한 적』(2010), 『젠더와 사회』(2014),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2019),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2020) 『난민, 난민화되는 삶』(2020) 『돌봄이 돌보는 세계』(2022) 등 여러 권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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