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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아는 사람들
저자 : 정서영 ㅣ 출판사 : 팩토리나인

2022.12.07 ㅣ 288p ㅣ ISBN-13 : 9791165346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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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혹시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 그렇다면 내가 필요할걸.”

한 기숙학교에서 함께 사라진 남학생과 여선생. 이 사건이 뉴스를 타자 인터넷엔 각종 의혹을 제 입맛대로 해석한 영상들과 추측성 기사들이 연일 쏟아졌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 남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사건이 마무리될 때에도 진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진실을 어렴풋이 짐작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음습한 욕망과 복수심을 슬지에게 들켰던 사람들. 슬지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대신 그 대가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랑과 관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끝내 받지 못하자 직접 빼앗기로 결심하는데….
《소녀를 아는 사람들》은 미숙했던 소녀가 희대의 악녀로 거듭나는 섬찟한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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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남학생 엄마의 이야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산등성이 이야기
부엌칼 이야기
곰돌이 모자 이야기
화채 이야기
꽃꽂이 이야기
복어 식당 이야기
조개탄 이야기
마스크 탈취제 이야기
바닷가 이야기
유모차 이야기
핑크 공주 이야기
전기장판 이야기
그네 귀신 이야기

다시, 남학생 엄마의 이야기
슬지 이야기

[본 문]

어떻게 된 일인지 방송국이나 경찰서로 쓸 만한 제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납치된 고등학생이 평범한 학생이고, 납치한 사감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어서 딱히 제보할 만한 수상한 점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은 아니었다.
TV 화면 속 강슬지라는 이름과 수수하게 예쁜 얼굴을 보고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녀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고, 용기를 내 말을 꺼내려다가도 예전의 공포가 떠올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_8~9쪽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얼마나 미치겠는데?”
“뭘 물어. 꿀밤이라도 먹이고 싶지.”
“내가 해줄게. 그러면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슬지 입에서 대신 꿀밤 먹여준다는 말이 나오자 꽤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슬지에게 꿀밤 맞는 체리 언니를 생각하자 웃기고 통쾌해져서 나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야, 윤체리 꿀밤 말고 뺨 때려주면 안 되냐?”
“내가 해줄게. 그러면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뺨으로는 안 돼. 칼빵 놔줘, 칼빵.”
“내가 해줄게. 그러면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_40쪽 〈부엌칼 이야기〉

“난 현명해. 성희롱이나 성추행 당했을 때 너처럼 행동 안 해.”
“뭘…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건데?”
“알려줘?”
슬지는 혼자 킥킥거리더니 이어 말했다.
“맨입으로?” _121쪽 〈복어 식당 이야기〉

X월 X일 날씨 맑음
오늘 교양 과목인 ‘제품 디자인의 이해’ 강의를 듣는데 교수님께서 포르말린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순간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았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포르말린 파는 사이트를 찾아 9천 원에 500그램을 주문했어요. 오빠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_157~158쪽 〈마스크 탈취제 이야기〉

그녀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덧붙였다.
“저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왔어요. 섭리를 다 하고 온 거죠.”
“어떤 섭리요?”
“개를 목 졸라 죽이고 왔어요. 저도 제 할 일을 다 한 거죠.”
그녀는 날씨 이야기를 하듯 산뜻한 목소리로 개를 죽였다고 했다. _174쪽 〈바닷가 이야기〉

“필요한 게 이런 말이 아니면… 혹시 회사에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런 거면 내가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뒤돌아 걸음을 옮기려는데 ‘죽이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_243~244쪽 〈전기장판 이야기〉

그 순간만큼은 예전의 일도 생각나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인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네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슬지 대리를 일으켜 살짝 안아주었다. 내 품에 안긴 슬지 대리는 전에 잡았던 손만큼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자기가 내 앞에서 버둥거리는 한 마리 쥐라니, 슬지 대리다운 사랑 고백이었다. 내 품에서 엉엉 우는 슬지 대리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두드려주며 말을 꺼냈다.
“다음번에는 쥐가 되지 말고 차라리 상대방을 쥐로 만들어요. 그러면 최소한 이렇게 상처는 안 받을 거 아니에요?”
슬지 대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_278~279쪽 〈그네 귀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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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 거야?”
일본에 토미에, 태국에 난노가 있다면 한국엔 슬지가 있다!

공포로 일상을 물들인 열세 개의 이야기와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섬찟한 결말!

한 기숙 고등학교에서 남학생과 사감 선생이 함께 사라진다. 이는 ‘고등학생 납치 사건’으로 화제가 되어 뉴스에 사감 선생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는데… 이상할 만큼 아무런 제보도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과 이름을 보고 제보하려 수화기를 들었다가도 공포에 질려 다시 내려놓았다. 이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감 선생의 이름은 강슬지. 사랑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슬지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교류할 때, 관심을 받고 싶을 때마다 온갖 기행을 일삼는다. 싫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준다든지 가족의 안위를 볼모로 자신을 만나달라며 협박하는 식이다. 누군가가 해코지하고 싶은 악한 마음을 먹었다면 슬지는 최고의 조언자가 된다.
슬지가 원하는 것은 사랑. 평생 타인에게 이해와 공감, 사랑 따위를 받지 못했던 그녀는 그런 따뜻하고 말랑한 감정들이 너무 궁금하고 또 필요하다. 그래서 상대방이 원하는 걸 알려주면서(살해 방식) 자신이 원하는 것(이해, 공감, 사랑)을 얻고자 한다. 이것들이 결코 등가교환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정신이 자라지 못한 채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소녀는 이제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끔찍한, 그렇지만 외면할 수 없는 악녀로 거듭난다.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잔혹한 복수를 이루어주는
미스터리한 소녀의 엉뚱하고, 잔혹한 서스펜스 스릴러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조롱당한 팬, 어린 시절 담임선생에게 사과받고 싶었던 남자, 성추행을 일삼는 식당 사장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아르바이트생, 돈 많고 잘생긴 친구의 남편을 탐내는 여자, 직장 상사에게 매일같이 폭언을 듣는 사원…. 이 책 《소녀를 아는 사람들》에는 약자를 괴롭히거나 타인의 것을 탐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앙갚음을 하려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건, 궁지에 몰렸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슬지는 잔인한 이야기를 하며 기이하게 웃고, 말간 얼굴로 해맑게 살인을 이야기하지만 단지 재미나 유희 때문은 아니다. 상대방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 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지가 알려준 방법을 사용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이 매 이야기의 중요한 분기점이며, 어디까지나 결정은 열세 가지 이야기 속 각각의 주인공 손에 달려 있다. 악하거나 선한 마음, 욕망에 지배되는 삶이나 끝내 용서하기로 마음먹은 삶 등 각기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의 다양한 선택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며 만화 ‘토미에’와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에서 싸하디싸하고 악행을 일삼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슬지의 기행 때문에 고생을 할 대로 한 ‘그네 귀신 이야기’ 속 화자도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는 오히려 슬지에게 누군가의 실험쥐가 되지 말고, 차라리 누군가를 실험쥐로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슬지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녀는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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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1994년에 태어났다. 초등학생 때 엄마에게 혼나고 가출한 곳이 도서관이었다. 그 이후 중학생 때는 도서부를, 고등학생 때는 독서토론부를 하며 책과 가까이 지냈다. 지금도 여전히 도서관과 서점 등 책 근처를 서성이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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