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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건강
저자 : 김복희외 ㅣ 출판사 : 자음과모음(주)

2021.04.06 ㅣ 192p ㅣ ISBN-13 : 978895444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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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생활 건강함’에 관한 여성 시인 열 명의 에세이를 담은 『나의 생활 건강』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선뜻 건강함을 묻기에는 조심스러운 환란의 시기. 그럼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생활은 굴러가야 한다. 이 생활을 잘 버텨내며 긍정하고 나와 타인의 건강을 바라는 수밖에. 한편, 골프선수 박세리, 개그우먼 김민경 등 건강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셀럽들에게 우리는 점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생활 체육이나 구기 운동을 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 시기에 에세이집 『나의 생활 건강』은 시의적절하게 도착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 건강함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열 명(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은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시인들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언어와 스타일로 생활과 건강에 대해 그려낸다. 글의 사이에는 시인이 보내준 매력적인 사진 한 장씩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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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김복희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유계영 몸 맘 마음
김유림 여행 가방
이소호 고독한 소호 방
손유미 사랑의 정체
강혜빈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박세미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성다영 나의 안 / 건강한 삶
주민현 사랑의 색체, 단 하나의 색깔
윤유나 새끼의 마음에서



[본 문]

그러니까 내게 건강이란, 기억해보면 이게 안 멈추고 굴러갔다고? 하고 놀라워 감동이라도 할 만큼 얼레벌레 굴러가는 것,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잊게 하는 것, 도대체 그 원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한마디로 하면 기억으로만 추적 가능한 아주 개별적인 ‘알고리즘’이다. _「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19쪽

나에게 엄마 자국이 많다.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_「몸 맘 마음」, 41쪽

잠시 어디엔가, 그러니까 내가 여행 가방이라고 부르는 것의 범위를 넘어선 곳으로, 마실을 다녀오면 건물 앞에 쌓아둔 책 더미가 사라져 있다. 내가 참여하지 않은 과거, 내가 목격하지 못한 과거의 사건이 나의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 이음매가 어찌나 심각하게 매끄러운지! 매번 놀랄 따름이다. _「여행 가방」, 56쪽

나는 비극을 긍정하기로 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리기 위해, 쓴다. _「고독한 소호 방」, 66~67쪽

세상에, 친구야. 현대인의 건강 식재료 고구마를 들다가도 이렇게 되는데, 사람 일 정말 모르는데, 술 하루 더 마시는 게 대수겠니, 하는 마음을 담아 ‘소주병 들다가 허리만 다치지 말렴’ 하고 보내자, 친구가 정말로 좋아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종종 그렇게 보내줄 것을. _「사랑의 정체」, 88쪽

이토록 사랑 많은 인간은 또 다른 장면들을 사랑하기 시작하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을 굳이, 굳이 말하고 싶었다. _「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117쪽

내가 잘못된 곳에 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이제 막 여기가 나라는 사람의 거푸집임을 인정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별안간 나는 최근 방에서 자꾸 나오게 된다.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내 방이 아닌 우리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_「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139쪽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날이 많았다. 반복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디를 만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디를 만나고 나는 사랑에 관하여 거의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_「나의 안/건강한 삶」, 155쪽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에서 기쁨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깊은 잠과 휴식으로 기운을 차리듯이 나는 좋아하는 그림을 보며 사랑의 풍경을 모은다. _「사랑의 색채, 단 하나의 색깔」, 173쪽

매일 만나는 엄마를 엄마 밖에서는 잊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길을 걸을 때에도 엄마는 불쑥 내 생각과 곁에 나타났다. _「새끼의 마음에서」,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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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과 건강을 묻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

물, 친구, 설화, 술, 오디, 반타블랙, 엄마, 새벽, 먹이, 방, 산책, 복숭아, 여행 가방, 고양이, 기계, 미술관, 나무토막 고구마구이, 할머니, 고백, 스트레칭, 김밥, 동남아의 겨울, 사랑, 빛, 산책, 일기, 유칼립투스 폴리안…….

본문에서 뽑은 키워드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나열된 단어들만큼이나 시인들에게 생활 건강함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고 저마다 다른 이유를 지닌다. “좋아하는 일에 자주 노출시켜 무기력에 대비”(12쪽)한다는 김복희는 술 마시기, 읽기, 쓰기가 주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유림은 유쾌하고 엉뚱한, 미로 같은 글에서 여행 못 갈 때 사용하는 여행 가방의 내부(‘고양이’ ‘새’ ‘밤’ ‘폐지’ ‘North Side Waterfall’)를 묘사하며 테두리가 있다는 감각의 건강함에 대해 말한다. 강혜빈은 부캐 시대를 살아가는 프로 N잡러(시인, 사진작가, 브랜드 마케터, 강사, 불문학도)로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드러낸다.
생활 건강은 아무래도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 덕분에 가능할까. 세 명의 필자는 가족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할머니.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등 “엄마 자국”(41쪽)이 많은 유계영은 건강함을 주는 엄마라는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윤유나는 ‘새끼의 마음’에서 느끼는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을 풀어낸다. 손유미는 자신을 “살찌우다가도 드물게 체하게 하는”(85쪽) 할머니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리드미컬하게 전개해나간다.
월간 『SPACE』에서 일하는 건축 전문 기자이기도 한 박세미는 방을 소재로 잡았다. 빛과 그림자, 점, 선, 면, 무게, 밀도, 온도, 질감…… 방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차분하게 짚어낸다. 주민현이 좋아하는 공간은 미술관이다. 일상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 그는 “좋아하는 그림을 보며 사랑의 풍경을 모은다”(173쪽).
물론 건강함에 대해 다소 심상하지만, 저마다의 이채로운 활기를 말하는 시인도 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66쪽) 알리기 위해 쓴다는 이소호는 언택트 시대에 혼자 노는 하루를 콘셉트 삼는다. 그는 기록하고 고백하는 게 불행을 예방한다고 밝힌다. “건강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143쪽)는 성다영이지만, 그가 건강한 이유는 동거견 오디 덕분이다. 하루에 두 번 산책을 하기에.
이렇듯 『나의 생활 건강』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시인들이 흥미로운 일상을 풀어놓는다. 이 생활과 건강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가 될 것이다.


-작가의 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물리적인 이동 없이 갈 수 있다. 활자를 읽고 쓰는 순간, 그걸 읽고 쓰는 나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마시는 것은 뭐 마셔보면 알 것이다. 중력이 사라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_김복희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이다! _유계영

끝이 있다는 느낌, 막다른 벽에 부딪힐 거라는 느낌은 좋다. 그 또한 나의 생활이고 나의 건강이다. 끝이 있다는 감각은 건강하다. 테두리에 대한 감각도 건강하다. 테두리 혹은 사방의 벽을 감각하며 가방을 걸어서 여행을 가지 않기. _김유림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나는 병이 되기 전에 꼭 어딘가에 쓰고 남겼다. 영원히 박제된다는 생각은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아픔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_이소호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 _손유미

우리는 다름으로부터 타협을 배울 수 있다. 퍼즐을 맞추어가듯이. 각자 좋은 거 하면서 살면 된다. 만약 좋아하는 게 같다면? 호들갑 떨면서 같이 좋아하면 된다. _강혜빈

나는 침대에 누웠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아주 간단하게 생긴 모빌을 달아놓고, 내가 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거의 죽어 있지만 나의 방은 건강히 살아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_박세미

혼자 산책을 하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데, 오디와 산책하면 오디의 기분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이 사라지곤 한다. 가끔씩 오디를 보면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_성다영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_주민현

볼수록 짙어지는 밤을 보면서, 블랙을 몇 번 발음했다. 이상하지, 블랙이 눈에 보이는 게. 밤이 보이고 교통신호가 보인다. 눈을 깜빡였다. 내 몸이 몹시 하얗게 느껴졌다. 내 몸이 몹시 하얗다. _윤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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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등을 냈다.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등을 냈다.

김유림
2016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양방향』 『세 개 이상의 모형』 등을 냈다.

이소호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캣콜링』을 냈다.

손유미
201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강혜빈
2016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밤의 팔레트』를 냈다.

박세미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내가 나일 확률』을 냈다.

성다영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주민현
2017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를 냈다.

윤유나
2020년 시집 『하얀 나비 철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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