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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저자 : 마루야마겐지 ㅣ 출판사 : 자음과모음 ㅣ 역자 : 한성례

2020.12.17 ㅣ 280p ㅣ ISBN-13 : 978895444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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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B6(188mm X 127mm, 사륙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외국소설 > 일본소설
“펜이 곧 몸이자 혼(魂)”
문학적 구도자의 고독이 담긴 수작


마루야마 겐지는 생애 첫 작품인 『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 제56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에게 주어진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隱居)하면서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 23세의 나이로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세상의 명성이나 문단(文壇)의 영리를 좇지 않고 소설을 통한 구도(求道)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는 ‘펜이 곧 몸이자, 혼(魂)’이라고 말했을 만큼 엄격한 문학적 구도자로 살아갔다. 그는 당연하고 평범하지 않은, 누구보다 외로운 삶을 택했다. 『달에 울다』는 마치 그가 추구한 삶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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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달에 울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연보
옮긴이의 말

[본 문]

법사는 잠들어 있다.
두 다리를 깊이 접고, 몸을 웅크린 법사는 늘어진 수양버들 둥치 위에 누워 있다. 비파는 어린 풀 위에 내던져져 있다. 달에 걸친 엷은 구름은 차츰 빨리 흘러가고 있다. 달빛은 알전구 불빛과 비슷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병풍 속에 불고 있는 따뜻하고 느릿한 봄바람이 느껴진다. _「달에 울다」 27~28쪽

여름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산기슭에 걸린 초승달, 천지에 무성한 초록 풀, 그리고 거지 법사다. 높다란 바위 머리에 앉은 법사는 흠집 많은 비파를 여인처럼 끌어안고 격렬하게 술대를 치며 은은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그 음향은 후텁지근한 밤기운에 눌리어 멀리까지 가닿지는 못한다. (……) 바짝 마른 몸은 강렬한 기운을 쏟아내고 시든 뇌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환영을 차례차례 만들어낸다. _「달에 울다」 34쪽

나는 지금 분명히 행복하다. 1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날들이다. 사과를 재배하고, 결실의 반은 내다 팔고, 반은 먹고, 오래 살고, 생선 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누군가를 쫓고, 그러다 언젠가는 사과나무 아래 묻히는 일생을 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그렇지 않았다. 나에게는 야에코가 있다. _「달에 울다」 57쪽

내 등을 비추는 달빛을 느낀다. 우리 마을 하늘에도 병풍에 그려진 것과 똑같은 달이 떠 있다. 그 빛은 야에코의 목덜미를 비추고 있으리라. 그녀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병풍 너머에서 들려온다. 소리 없이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고독한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한다. 만일 그녀의 어깨가 지금 가냘프게 떨리고 있다면 결국 내 어깨로도 전해져 오리라. _「달에 울다」 65쪽

겨우 2센티미터 쌓인 눈으로 거리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린 그날 저녁, 그 돌팔이 의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지도 않는 소리가 들리거나 있지도 않은 사물이 보이면, 이미 우리 병원의 훌륭한 환자입니다.” _「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119쪽

아버지는 어디 가서 무엇을 해도 실패했다. 빈말로라도 행복한 인생을 보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빚과 피곤의 틈바구니에 끼어 금세 폭삭 늙어버렸다. 끝내는 이사할 기력조차 없어져, 가족 모두가 예상한 날에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의 임종도 비슷했다. 그 두 사람에게 생애 최대의 행복이란 바로 죽음이 아니었을까. _「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135쪽

나는 잃을 것을 다 잃었다. 이제 검둥이를 보며 30분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없으리라. 내친김에 나는 구덩이 속에 여러 가지를 더 파묻었다. 말하자면 아내와 아이를 묻었고, 친구와 아는 사람들을 묻었고, 내 자신을 묻었다. 그러니까 ‘전반기’의 모든 것을 몽땅 몰아넣고 파묻어버렸다. _「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175쪽

나는 배 밑에 바다를 깔고 하늘을 등에 지고 계속 헤엄쳤다. M마을에 살았을 때의 내가 실제 나였다M. 마을을 떠나 있던 지난 30년은 길기만 했지 신통치 않은 꿈에 불과하다. 우선은 그렇다고 해두자. 그 돌팔이 의사도 나중에는 고백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인지는 아무도 말 못 해.” _「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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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의 정수 「달에 울다」
운명을 대변한 공간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달에 울다」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려낸 작가의 수작(秀作)이다. 주인공인 ‘나’는 사과밭을 가진 농가의 외아들로, 아버지와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간다.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 ‘나’는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야에코로 ‘나’의 아버지가 살해한 남자의 딸이다. ‘나’는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함께 지내다 마을을 떠난 야에코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달에 울다」는 구성에 있어서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시와 소설의 중간적 장르를 갈구해온 작가는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시소설(詩小說)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정점(頂點)을 이룩한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함께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완성한 것이다.
소설에 나타난 문단(文段)은 시의 한 연(聯)으로서 기능하며, 그것은 삶의 점묘라는 작가의 창작 의도를 이미지화한 것이기도 하다.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힘을 가진 그의 단문(短文)은 이 글에서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마루야마 겐지의 문체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 자신일 수도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은 자기 운명이 가진 비극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특히 주인공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공간’에 집착하고 있다. 소설에서 공간은 시간이 흐르는 길이자 옷이다. 또한 공간은 운명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고민은 두 번째 작품인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나란히 공존하고, 또한 둘은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있어서 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 환상적인 현상이나 인물, 공간 등이 현실과 겹쳐져 있지만 바로 그곳에 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선명한 리얼리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인간과 운명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소설의 근본

“…… 동물원에서 죽은 지 며칠이나 지나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진 새끼 원숭이를 질질 끌고 가는 어미 원숭이를 보았을 때가 그랬다.” _에세이집 『소설가의 각오』에서

이처럼 마루야마 겐지는 다른 어떤 세계보다 이미지의 세계를 신뢰한다. 그는 그 광경을 보았을 때, “어느 누구의 설명 없이도, 커다란 진실을 획득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사건과 공간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이미지만이 진실하고, 불필요한 감정의 가감 없이 현실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지는 현실에 닻을 내리고 있기는 하나 그 돛은 상상의 세계를 향해 펼쳐져 있다. 그래서 그는 이미지를 이용한다.
시적 소설, 이미지가 잘 형성된 소설, 문장 하나하나에 정신이 깃든 소설을 위해 그는 지위와 명성, 하다못해 남들이 다 하는 일상적인 생활조차 포기했다. 작가의 이러한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나 특히 작가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많다.
“왜 소설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왜 젊은 정열을 송두리째 바쳐 순수문학이란 고봉―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고 쓸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내, 대가인 척 거드름을 피우며 기존의 작가들을 놀라게 하리란 굳은 결심으로 펜을 잡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들 어디에서도 그와 같은 기백은 느낄 수가 없다. 자아도취를 위하여 소설 비슷한 것을 발표하고는 흔해빠진 타입의 소설가가 되어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동기가 아닐까”라고 말하듯, 자칫 소설 쓰기가 한갓 취미나 여가 생활로까지 여겨지는 현 세태의 단면을 매섭게 꼬집는다.
그는 펜을 쥐기 전에 무엇을 쓰고 싶은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를 생각지 않는다. 단지 어느 날 어떤 ‘힘’이라 할 것이 그를 자리에 앉히고, 펜을 들게 하고, 약간은 빙의적(憑依的)이라 할 상태에서 그야말로 우연의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내 취향으로 하자면, 그 「공간」은 작가의 재능을 백 퍼센트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허상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 등장인물들이 아무 의심 없이 그 「공간」에 녹아 있고 내 머리에 그런 점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소설이고, 힘 있는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소설이어야 독자들로 하여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소설읽기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마루야마 겐지에게 있어 소설 쓰기란 하나의 구도의 길이자, 자기 발견의 길이다. ‘쓴다’라는 행위를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찾았다.
근래에 마루야마 겐지는 문명의 미래, 환경․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열중해 꽃 가꾸기에 힘을 쏟는다. 그는 유명한 자신의 정원을 배경으로 삼은 정원 만들기에 대한 에세이집도 여러 권 출간했다. 그의 문학과 문학적 삶은 점차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 문학에 대한 도전도 계속한다. 영화광이나 속도광을 거쳐, 개를 키우고 정원을 꾸미는 등 예술적인 구도의 길을 가고 있다. 여전히 세상과는 거리를 둔 채 현대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도 쓴다. 그동안 그의 문학은 모두 실험적이었고, 암중모색이었다. 지금도 그 완성을 향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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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5년 일본의 나가노 현 이야마 시에서 출생했다.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제56회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이후 어떤 문학상도 거부하고 문단에서 벗어나 고향 오마치에 거주하며 쓰고 싶은 작품만 쓰겠다는 각오로 오직 소설 창작에만 전념했다. 독특한 문체를 지향하는 마루야마 겐지는 『마르코 폴』지가 현역 편집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베스트 14’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오이다』 『아침해가 비치는 집』 『비의 드래곤』 『붉은 눈』 『설렘에 죽다』 『물의 가족』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피와 물의 냄새』 『도망치는 자의 노래』 『해와 달과 칼』, 에세이 『산 자의 길』 『소설가의 각오』 『황야의 정원』 『소설가의 정원』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이 있다.

옮긴이 한성례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학 석사 졸업. 1986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어 시집 『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등이 있고, ‘허난설헌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상’을 수상했다. 시집 『돌의 기억』 『바람이 불었다』 『골짜기의 백합』 등 일본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고은, 정호승,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한일 간에서 다수의 시집을 번역했다. 번역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붓다의 행복론』 등이 한국 중고등학교 다수의 교과서에 실렸다.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책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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