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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빵과 책을 굽는 마음
저자 : 백수린 ㅣ 출판사 : 작가정신

2020.11.24 ㅣ 240p ㅣ ISBN-13 : 9791160262087

정가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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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양장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수필 > 국내수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고 온전히 너의 것이야”


“섬세한 서사의 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 “깊고 천천한 시선”. 2011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소설집을 비롯해 중편소설, 짧은소설, 번역서 등을 펴내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준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이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받아온 그는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친애하고, 친애하는』, 『여름의 빌라』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미세한 ‘균열’과 그 안에서 소요하는 복잡미묘한 ‘관계’의 모습들을 단단하게 그려왔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경향신문》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격주로 연재한 글들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들을 더한 것으로, 등단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소설가로서의 꾸준한 성찰과 사유가 응집되어 있는 책이자, ‘빵’과 ‘책’을 매개로 작가가 애착을 갖고 살펴온 삶의 세목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때론 달콤하고 때론 슴슴한, 세상의 많은 빵들만큼이나 다채로운 풍미를 지닌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작가가 오래 붙들려온 책들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문학 작품은 물론, ‘난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교양서,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관찰’이 아닌 ‘공생’을 담아낸 사회학 보고서, 원예지침서와 식품교양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책들의 면면을 찬찬히 펼쳐보노라면, 현실에 치여 종종 외면해온 우리들 마음 안팎의 풍경이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겹겹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에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이,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은 소설 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각오가,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는 가족과 친구, 반려견에 이르는 주변의 소중한 관계에 관한 일화들이 짧지만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조목조목 이어진다. 네 번째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에서는 사랑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마지막인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는 인간과 자연, 문화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아우른다.
이렇듯 우리가 발붙인 세계와 그 구석진 자리까지도 환히 빛을 비추는 작가의 응시와 탐색은 한 컷 한 컷 공들여 작업한 김혜림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며 명징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햇살 잘 드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차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삶이 고통스럽거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온기를 간직한 “한 덩이의 빵”이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하는 것만 같다. 목청 높여 강요하지 않고, 다만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더 다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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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작가의 말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
사랑해서 하는 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삶을 살아내게 하는 것들 19
생일 케이크│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24
컵케이크│존 치버, 『기괴한 라디오』
충만한 삶, 아름다운 울림 29
캉파뉴│마틴 슐레스케, 『가문비나무의 노래』
정성으로 가꾸는 매일 34
판 콘 토마테│데이비드 디어도르프・캐서린 와즈워스, 『내 식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휴가의 끝 39
트로페지엔│베른하르트 슐링크, 『여름 거짓말』
어른이 된다는 것 44
파스트라미 샌드위치│필립 로스, 『울분』
사악한 표정의 잭 오 랜턴과 밤의 시간 50
펌킨파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꿈을 빌려드립니다』
이 세상에 아주 많은 마음, 마음들 55
브라우니즈 쿠키│김희경・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마음의 집』
나만의 식빵 59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
소설 쓰는 마음 1 67
상처는 스스로 빛을 낸다 73
마카롱│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담담하고 부드러운 삶의 조각들 78
팬케이크│켄트 하루프, 『축복』
불확실한 세계를 읽어내는 일 81
초콜릿│훌리오 꼬르따사르, 『드러누운 밤』
흔한 빵을 나눠 먹고 싶은 사람 86
멜론빵│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밤이 깊어도 걸어갈 수 있다면 90
슈크림빵│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모국어 바깥으로 떠날 때 95
바움쿠헨│다와다 요코, 『여행하는 말들』
삶이 불가해한 것인 한, 소설 쓰기란 98
티라미수│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소설 쓰는 마음 2 102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나의 개 109
가족, 가깝고도 먼 112
사과머핀│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나’, 그 알 수 없음에 대해서 116
침니 케이크│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서툴러 경이로운 당신 120
호빵│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상처를 응시하는 섬세한 눈길 123
바나나 케이크│윌리엄 트레버, 『비 온 뒤』
언제고 다시 이 순간으로 128
델리만쥬│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정직하고 순수한 기쁨 131
오페라│프랑수아 누델만, 『건반 위의 철학자』
이해와 노력으로 자라는 마음 135
도넛│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달콤한, 그 밤의 기억 139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다정히 건네는 말 145
자신의 과오를 대하는 자세 149
자허토르테│토마스 베른하르트, 『모자』
사랑의 자리 153
생크림 토스트│앙드레 지드, 『좁은 문』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그리움 158
롤케이크│켄 리우, 『종이 동물원』
보온병 가득 담아 온 홍차와 함께 163
구겔호프│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떠올릴까 168
아마레티│시바타 쇼, 『그래도 우리의 나날』
오늘도 사랑하고 사랑해야 173
웨딩 케이크│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우리의 고독은 부드럽다 178
콜롬바│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
떠나보내는 여름 181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
사랑의 편 191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래 걷고 싶을 때 195
호밀빵 샌드위치│페터 볼레벤, 『나무수업』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면 199
슈톨렌│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같고도 다른 두 경계인의 편지 203
호두과자│서경식・타와다 요오꼬, 『경계에서 춤추다』
통밀빵을 굽는 온순한 즐거움 206
통밀빵│이한승, 『솔직한 식품』
‘나’의 두려움에서 ‘우리’의 연대까지 213
스페인식 샌드위치│호세 캄파나리・에블린 다비디, 『난민이 뭐예요?』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219
옥수수빵│존 윌리엄스, 『스토너』
친애하는 인생에게 223
단팥빵│앨리스 먼로, 『디어 라이프』
찻집 상상 229



[본 문]

나에게 베이킹이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내가 베이킹을 전문가에게 배워볼 생각이나 자격증 같은 걸 딸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_18쪽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빵을 건네는 이의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젊은 부부에게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 _22~23쪽

그 빵집을 발견했던 때는 그런 한낮의 산책을 하던 날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곳은 제빵사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오로지 식빵만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요란한 간판이나 진열장도 없이, 나중에는 소보로빵을 팔기도 했던 것 같지만, 처음엔 제빵사 한 분이 우유식빵 딱 한 종류만을 만들어 팔던 그 빵집을 나는 퍽 좋아했다. 하루치 만들어둔 빵을 다 소진하면 더 이상 만들어 팔지 않는 가게라 때로는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때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 갓 구운 통식빵 한 덩이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귀한 것을 품고 걷는 사람처럼 마음이 기쁨으로 찰랑이기도 했다. _62쪽

나는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나의 강아지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그 아래 있을, 여전히 경탄과 호기심으로 팔딱거리는 따뜻한 심장을 상상하면서 기도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곁에 그대로 머물러달라고. 그러면 나의 새하얗고 상냥한 빵은 알았다는 듯, 내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든다. _110쪽

루시의 어린 딸이 엄마에게 말한 것처럼 삶은 소설과 달리 다시 쓸 수 없고, 그래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그럼에도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가야하는 것이 삶이라고,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해 질 녘의 하늘처럼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 삶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생이 감동을 준다는 루시 바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끝끝내 그토록 서툰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툴고 서툴렀던 당신들. 경이로운 생生의 주인인 당신들의 이름을 나는 오늘 나직이 불러본다. _122쪽

트레버가 연민 어린 시선으로 응시하는 인물들은, 물러버린 바나나를 가지고 케이크를 구워내듯이 각자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그들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거센 비가 퍼부으면 연약한 표면에는 상처가 파이고 때로 그것은 곪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 온 뒤를 상상하며 그런 시간을 살아낸다. 지금은 폭우 속에 있지만 비는 반드시 멈출 것이고, 삶은 또 그렇게 이어질 것을 알고 있기에. _126~127쪽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공고한 ‘나’의 성을 허물고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마침내 사랑은 그 눈부신 폐허에서 시작할 테니까. _157쪽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_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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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백수린 작가에게 책과 더불어 ‘빵’은 일용할 마음의 양식과도 같다. 빵이 나오는 구절을 만나면 내용과 상관없이 그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곤 했다는 지극한 빵 사랑은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술회할 정도다. 하지만 작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둘을 모두 가슴에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 쓰기는 곧 빵을 굽는 일과 다름없었기에. 그것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소설 쓰기에 임해온, 백수린 작가의 읽고 쓰는 나날들의 기록이자 빵에 대한 각별한 애정 고백과도 다르지 않다.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 나는 오늘 빵을 건네는 이의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_본문 22~23쪽


마카롱과 앤 카슨
침니 케이크와 아고타 크리스토프
슈톨렌과 로맹 가리
……
빵과 책, 온기 어린 마음의 양식

『다정한 매일매일』은 작가에게 ‘소울푸드’라 할 수 있는 ‘빵’을 통해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입속에서 녹아 금세 사라지고 마는 마카롱의 ‘지독한’ 달콤함은, 앤 카슨의 『남편의 아름다움』에서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예술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굴뚝 모양의 헝가리 빵 침니 케이크가 매개하는 책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침니 케이크를 헝가리의 빵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은, “기이하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방식”으로 제기하는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오랜 시간 반죽을 숙성시켜 굽는 캉파뉴를 연상시키고,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즐겨 먹는 슈톨렌은 로맹 가리의 「지상의 주민들」에 나타난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들의 기적적인 연대로까지 나아간다.


따듯한 단팥빵을 나눠 먹는 순간조차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독할 것이다

언뜻 보면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가득 찬 책인가 싶지만, 백수린 작가는 섣부른 낙관이나 위로의 말은 삼간다. 누군가와 단팥빵을 나눠 먹는 순간에서조차도, 우리는 나름의 상처들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독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상처”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을 감당하며 사는 존재”임을 짚어내는 작가는, 그럼에도 우리의 인생이 친애할 만한 것인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앨리스 먼로가 그토록 쓸쓸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제목을 ‘친애하는 인생에게’라고 붙인 것처럼, 그 답의 실마리를 다시 ‘소설’에서 찾는다.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은 나의 내밀한 고백에 “사람들은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단다”라고 읊조려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 그런 것이라면, 당신과 내가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들인 한 인생은 아직 친애할 만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_본문 228쪽


작고, 어여쁘며, 서툴러 경이로운 당신에게

은은하고 감미롭게 흐르다가도 이내 무뎌진 감각과 의식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글들에는 백수린 작가가 그간 천착해온 인생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의 일렁이는 결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의와,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이 좀 더 나은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는 각오가 글마다 선연히 새겨져 있다.
소설이 아닌 글을 처음으로 책으로 묶어내면서 걱정이 우선 앞섰다고 고백하는 작가이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 앞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심을 다해 통과해온 한 소설가의 내면을 투명하게 마주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 또한 정직하게 그리고 조금은 더 온기 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이제는 믿기 때문에. 마음과 마음 사이가 어느 때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계절에, 『다정한 매일매일』은 갓 구운 빵처럼 포근하고 좋아하는 책을 마주한 순간과 같이 따듯한 품을 기꺼이 그렇게 내어준다.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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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번역서 『문맹』 『여름비』가 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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