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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폭력(개정판)(우리 시대의 이슈2)
저자 : 아마르티아센 출판사 : 바이북스 ㅣ 역자 : 이상환,김지현

2020.11.01 ㅣ 327p ㅣ ISBN-13 : 97911587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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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사회학 > 사회학일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정체성과 폭력』 개정판. 코소보, 보스니아, 르완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수단 등 오늘날 전 세계에 걸친 종파적 폭력의 근저에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개념적 혼동이 있다. 이러한 세계적 갈등과 폭력은 인간에게는 선택 불가능한 하나의 독보적 정체성이 있다는 환영과 숙명론에 의해 유지된다. 자신이나 타인을 종교나 민족, 문명 등 어느 하나의 정체성에만 의거해 바라볼 때,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진 인간의 존재는 끔찍하게 축소되고 만다.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적 세계화와 종교 근본주의, 테러리즘, 정치적 다문화주의, 역사적 탈식민주의 등 기존의 주제들을 재검토하고 재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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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머리말

1. 환영에 의한 폭력
경쟁하는 소속 관계의 인식 | 속박과 자유 | 타인을 설득하기 | 선택과 책임의 부정 | 문명의 감금 | 종교 연합체를 넘어서 | 무슬림과 지적 다양성 | 혼란의 불꽃

2. 정체성의 이해
정체성 무시와 합리적 바보 | 다원적 소속 관계와 사회적 맥락 | 대조적 정체성과 비대조적 정체성 | 선택과 제약 | 공동체주의적 정체성과 선택의 가능성 | 우선순위와 이성

3. 문명의 감금
단일 관점과 깊어 보이는 외양 | 문명론적 설명의 두 가지 난점 | 인도를 힌두 문명으로 보는 것에 대해 | 서구 가치에 고유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 민주주의의 세계적 뿌리 | 서구 과학과 세계의 역사 | 엉망이 된 추상화와 불명료한 역사

4. 종교적 소속과 무슬림의 역사
종교적 정체성과 문화적 편차 | 무슬림의 관용과 다양성 | 비종교적 사항과 다양한 우선순위 | 수학과 과학, 그리고 지성사 | 다원적 정체성과 오늘날의 정치 | 테러리즘과 싸우기, 정체성 이해하기 | 테러리즘과 종교 | 무슬림 정체성의 풍부성

5. 서구와 반서구
식민화된 정신의 변증법 | 아시아적 가치와 그보다 작은 주제들 | 식민주의와 아프리카 | 근본주의와 서구 중심성

6. 문화와 포로
상상된 진실과 현실 정책 | 한국과 가나 | 일본의 경험과 공공 정책 | 넓은 틀에서의 문화 |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자유 | 학교와 이성적 추론, 신앙

7. 세계화와 목소리
목소리와 진실성, 공공의 추론 | 비판과 목소리, 세계적 연대 | 지적인 연대 | 지역적인 것 대 세계적인 것 | 경제적 세계화와 불평등 | 세계적 빈곤과 세계적 공정성 | 보다 공정한 세계의 가능성 | 부작위와 작위 | 빈곤과 폭력, 그리고 부당함의 감정 | 자각과 정체성

8. 다문화주의와 자유
영국의 성취 | 다원적 단일문화주의의 문제들 | 이성의 우선순위 | 간디의 주장

9. 사유의 자유
폭력의 양성 | 고급 이론의 무딘 날 | 고립주의 환영의 형벌 | 세계적 목소리의 역할 | 가능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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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본 문]

p. 52_ 심지어 “온건한 무슬림”을 광적으로 추구하는 서구인들조차도 정치적 신념의 온건함과 종교적 신앙의 온건성을 혼동한다. 정치적으로는 관용적인 사람이 (이슬람교든 다른 종교든) 종교적 신앙심은 강할 수 있다. 12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이슬람 황제 살라딘이 관용적이지 못한 유럽에서 도피한 저명한 유대인 철학자 마이모니데스에게 이집트 왕궁에 머물며 궁정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을 때, 살라딘의 행동에는 전혀 모순 이 없었다. 로마의 캄포데피오리 광장에서 조르다노 브루노가 이단죄로 화형당한 17세기에, 인도 무굴 제국의 제3대 황제 아크바르(그는 무슬림으로 태어나 무슬림으로 죽었다)는 아그라에서 모든 사람에게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을 포함해 소수자 권리를 성문화하는 제도 계획을 단행했다.

p. 85_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한 세기 전에 벵골어로 출판한 소설『고라』(1910)에는 ‘고라’라는 문제적 주인공이 등장한다. 고라는 그의 가족이나 친구 대부분이 벵골 도회지에 사는 것과는 달리, 낡은 힌두교 관습과 전통을 강력히 옹호하는 확고한 종교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인다. 그렇지만 타고르는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고라를 큰 혼란에 휩싸이도록 만든다. 고라의 수양어머니가 1857년 무시무시한 반영(反英) 항쟁에서 세포이 반란군이 고라의 아일랜드인 친부모를 죽이자 자신의 인도인 가족이 고아인 그를 양자로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이다(고라라는 이름은 “흰색”을 뜻하며, 아마도 그의 남다른 모습이 주목을 끌기는 했겠으나 확연히 구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고르는 고라의 호전적인 보수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린다. 고라는 자신이 열렬히 옹호해 왔던 편협한 보수주의적 대의명분 덕에 전통 사원의 모든 문이 “외국 태생”인 자신에게는 닫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p. 103_ 서구 국가들이 이라크나 다른 어떤 나라에 민주주의를 “부과할(impose)”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주 회의가 있어왔다. 그렇지만 “부과”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는 그러한 형태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서구의 것이라는 소유적 믿음을 함의한다. 즉 민주주의가 오직 서구에서만 태동하고 발전했으며, 그래서 본질적으로 “서구” 사상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와 민주주의의 현대적 전망에 대해 철저히 오도해서 이해하는 방식이다.

p. 213_ 사실, 유럽이 두 번째 밀레니엄 초반에 중국과 인도, 이란, 아랍 세계로부터 들어온 수학, 과학, 기술의 세계화에 저항했다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과학적으로 훨씬 더 가난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반대 방향이지만, 오늘날에도 동일한 사정이 적용된다. (일부 저항 운동가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세계화는 서구의 제국주의라는 시각에서 과학과 기술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서구의 것으로 알려진 과학과 기술의 배경에 단단히 자리 잡은 세계적(세계 여러 지역으로부터 유래한) 공헌들을 간과하는 것이며, 세계 전체가 지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거부는 실제적으로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다. 만일 지난 밀레니엄 초기에 유럽이 과학과 수학에 대한 동양의 영향을 거부했더라면 치명적인 잘못이었을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세계화 현상을 (수사학적 표현에서 자주 나타나듯이) 사상과 신념의 제국주의, 또는 유럽 식민주의와 같다고 여기는 것은 치명적이고 값비싼 오류일 것이다.

p. 232_ 오사마 빈라덴 같은 지도자들은 (아무리 최소한으로 지적한다 해도) 가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으며 세계적 자본주의의 결실을 공유하지 못한 채 배제된다는 감정을 느낄 만한 경제적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유복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운동들은 전형적으로 기존의 세계 체제가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되는 부당, 부정, 굴욕의 감정에 크게 의존한다.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이 당장은 테러리즘을 양성하지도 또는 테러 단체 지도자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테러리스트 캠프의 보병을 충원하는 토대를 많이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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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낙인은 위험하다!
#1 후생경제학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1933~)이 몇 해 전 겪은 일이다.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이던 센은 해외여행을 마치고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받던 중 출입국 관리소 직원에게 질문을 받았다. 여권 주소란에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 관사의 주소가 적힌 걸 본 직원은 센에게 ‘학장의 친구’인지 물었던 것. 자신에게 ‘자신의 친구’냐고 물은 셈이 되어 당황한 센이 잠시 머뭇거리자 직원은 영국에서 어떤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센에게 묻기 시작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인도 벵골 출신이었던 센이 케임브리지의 대학 학장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2 2009년 7월에는 ‘하버드 흑인교수 체포…… 인종 차별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보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잠시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케임브리지에서 한 여성으로부터 “한 남성이 어느 집 문을 어깨로 밀면서 열려고 하고 있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체포한 이는 하버드대 (흑인)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Henry Louis Gates)였다. 게이츠가 면허증과 교수증을 제시하며 그 집이 “자신의 집”이라며 항변했음에도 경찰이 체포하자, 미국에서는 인종 차별적인 검문·수색이라며 사회적인 비난이 일었다.
두 경우 모두 피부색에 따라 타인의 ‘정체성’을 판단하고 거기에 유색인이나 외국인을 불법 체류나 범죄와 연관시키는 고정관념이 결합되어 일어난 사건이었다. 영국 공항 직원이나 미국 경찰은 이때 당사자들의 신분을 보여주는 다른 ‘정체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출신지나 피부색만이 그 사람의 유일한 정체성인 것으로 여겼다(이들이 만약 교수 신분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사실이 사회적으로 드러날 일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는 타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가 단순한 ‘오해’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 일들이 이른바 민주주의와 인권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에서 일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책 『정체성과 폭력: 운명이라는 환영(Identity and Violence: The Illusion of Destiny)』은 이렇게 정체성에 대한 오해와 왜곡, 그로 인한 환영(illusion)을 다룬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정체성이 세계적 폭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미국 W.W.노턴 출판사의 ‘우리 시대의 이슈’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2006년 출판되었는데, 아마르티아 센이 이 책을 썼으며, 공교롭게도 헨리 루이스 게이츠는 이 시리즈의 총 기획자다.
첫 출간 당시 KBS 1TV <책 읽는 밤>에 소개될 정도 주목을 받았던 『정체성과 폭력』의 개정판이 나왔다. 10년 전에서도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시대의 고전을 다시 만나 보자.

여전히 유효한 8개의 논점들
아마르티아 센의 『정체성과 폭력』에서 제시하는 8개의 논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더욱 심각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다문화는 이제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시급히 닥친 현실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 책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점1. 세계적 폭력의 배경에는 정체성의 갈등이 있다
논점2. 우리의 정체성은 불가피하게 다원적이다
논점3.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논점4. 이슬람은 불관용의 종교인가?
① 관용의 여부로 이슬람교를 정의할 수는 없다
② 종교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접근은 테러리즘의 해소에 방해가 된다
논점5. 서구 세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① 민주주의는 서구적인 것인가?
② 아시아적 가치의 옹호도 서구 강박의 형태다
③ 테러리즘의 서구 의존성
논점6. 문화적 일반화는 위험하다
논점7. 세계화에 대한 거부보다는 공정한 분배를 생각하자
① 세계화는 서구의 저주인가?
② 경제적 세계화와 불평등, 공정성의 문제
③ 빈곤, 굴욕의 감정과 보복적 폭력의 관련성
논점8.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① 다문화주의와 다원적 단일문화주의를 구분해야 한다
② 국가를 종교나 공동체의 연합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단일성의 환영에 덜 감금된 세계를 꿈꾸며
오늘날 전 세계에 걸친 종파적 폭력은 과거 못지않게 잔인하고 환원주의적이다. 센은 그 야만성의 근저에는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개념적 혼동이 있으며, 이런 개념적 혼동은 다차원적 인간을 일차원적 생물로 바꾸어 버린다고 결론짓는다. 그와 같은 대결을 획책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폭력적 목적을 위해 단일 정체성의 환영을 능란하게 양성하고 선동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른 교제 관계나 소속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게 된다. 따라서 센은 우리 시대에 평화와 화합을 기대할 수 있으려면 인간 정체성의 다원적 성격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다원성이야말로 단일의 분리 선에 의한 확고한 편 가르기에 저항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인식할 때 “환영에 덜 감금된 세계”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져 있어 우리에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성적 추론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다양한 정체성에 상대적인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삶은 단순히 운명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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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인도 벵골 출신으로, 콜카타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곤의 근본적인 메커니즘과 기아, 불평등의 문제, 소득 분배와 경제 윤리, 후생경제학, 인간개발 이론, 정치적 자유주의 연구 등으로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후생경제학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불평등의 재검토』, 『윤리학과 경제학』, 『자유로서의 발전』, 『집단적 선호와 사회복지』, 『경제적 불평등』, 『아마티아센, 살아 있는 인도』 등 다양한 저서가 있다.


옮긴이 이상환
경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동체주의와 공화주의, 탈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현재 경북대학교 강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회정치철학』(공역), 『세계시민주의』(공역)가 있다.

옮긴이 김지현
경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정치미학과 탈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현재 경북대학교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계시민주의』(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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