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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저자 : 김혜진 ㅣ 출판사 : 현대문학

2020.03.25 ㅣ 196p ㅣ ISBN-13 : 978897275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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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소설선, 김혜진의 『불과 나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2012년 등단 이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시선으로 새로운 김혜진만의 장르를 만들었다 평가받는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재개발 이후 빈부 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간의 갈등으로 황폐한 곳, 대물림되는 빈부에 대한 불안과 집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을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편견과 배제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절박함과 욕망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딸에 대하여』, 산업화·도시화 사회 속에서 자존감을 잃고 소외당하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 『9번의 일』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김혜진의 신작 『불과 나의 자서전』은 소외된 이들에 또 한 번 주목한 소설이다.

재개발의 광풍마저도 번번이 빗겨간 달동네 남일동의 일부가 부촌인 중앙동으로 행정 편입되며 우리 가족은 중앙동의 주민이 된다. 내 부모는 원래 중앙동에 살았던 듯 남일동에 선을 긋지만, 친구들은 나를 남토(남일동 토박이)라 부르며 은근한 멸시의 눈총을 보낸다. 졸업 후 여행사에 취직한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변호하다 같은 신세가 되고, 그즈음 남일동으로 이사 온 주해와 그녀의 딸 수아를 만난다.
버려진 동네 같았던 남일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새로운 희망을 품지만 힘들게 입학한 중앙동 초등학교에서 수아가 남민(남일동에 사는 난민)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주혜를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마침내 시작된 남일동 재개발사업. 조합 사무원으로 일하며 힘을 보태던 주혜의 숨겨왔던 부정한 과거가 밝혀지자 마을은 요동치고, 결국 모녀는 남일동을 떠나게 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주류 사회에 편입하고자 했던 주혜의 일그러진 욕망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오버랩되는 나와 내 부모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래전 어머니로 하여금 집 앞에 서서 멍하니 집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기 사는 한 그런 마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것들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125~126쪽)

허상과 과욕에 물든 남일동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혜가 세상의 이중 잣대에 경종을 울리며 불합리한 사회를 헤쳐나가길 원했지만 결국 주혜도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 나는 남일동 전체가 허물어지는 것 외에는 이 불합리함을 타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167쪽)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동료를 변호하고, 한부모 가정이라는 편견 속에 쉽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던 주혜와 수아에게 먼저 손 내민 나는 내 부모와 다르다 생각했지만 결국 나 역시 남토라 불리던 과거를 극복해내지 못한 존재였을 뿐이다. 좀체 낫지 않던 알러지는 결국 허상을 뒤집어쓴 내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자서전이였을 뿐이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각자의 어긋난 욕망으로 그 세계와 불화하며 번번이 좌절하고 마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모습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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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불과 나의 자서전 009
작품해설 174
작가의 말 191
[본 문]

나는 남일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우체국 옆 2층 주택.
대문을 열고 나오면 2차선 도로가 바로 보이는 집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는 그 주택 2층에 세 들어 살던 신혼부부였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몇 년 뒤 우리 가족은 조금 더 안쪽으로 이사했습니다. 달산이 바로 올려다보이는 남일동의 가장 구석진 곳이었습니다.
-15-16쪽

시간이 지나고 왜 숨바꼭질하듯 숨어서 그 집을 볼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 나는 경매로 집을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집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누군가의 슬픔과 불행을 목격하는 대가로 싼 집을 구입할 때 각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는 알 리가 없었습니다.
-81쪽

홍이 씨. 그렇게 해서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얻나요?
사람들 마음을 얻어야 해요?
주해는 내 팔을 잡고 소곤거렸습니다.
홍이 씨. 난 여기서 오래 살고 싶어요.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고요. 알잖아요.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요. 난 정말 잘하고 싶어요.
-95쪽

3학년 8반 남토.
아이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남일동 토박이의 준말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
다. 누가 먼저 시작하고,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따져 물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내가 남일동에서 중앙동으로 온 것이 아니고, 중앙동에서 남일동으로 온 경우였다고 해도 그 애들이 그럴 수 있었을까요.
-100쪽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이나, 남으려는 사람이나. 어쨌든 여기 사는 동안엔 안고, 견디고, 마주
해야 하는 두려움의 감정을 새삼 상기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전 어머니로 하여금 집 앞에 서서 멍하니 집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기 사는 한 그런 마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것들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125-126쪽

이모, 있잖아. 이모 남민 뭔지 알아?
그리고 내가 햄버거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 수아가 내 눈을 보며 물었습니다. 나는 접시 한쪽에 케첩을 조금 더 짜주며 말했습니다.
난민? 난민 알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거야?
아니, 난민 아니고 남민. 난 아니고 남. 남민 말이야.
남민? 몰라. 남민이 뭔데?
이모 몰라? 진짜 몰라? 남일도에 사는 난민이라는 말이잖아.
-136쪽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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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모님이 처음 샀던 집의 주소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집의 구조도, 그 동네의 풍경도, 사람들의 모습도 신기할 정도로 또렷하다. 당시 내 나이가 대여섯 살 정도였으니까. 그 후 여러 차례 이사를 했고, 이사한 후에는 이전 집 주소를 까맣게 잊어버리면서도 왜 그 집 주소만은 이토록 잊히지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한번쯤 그 동네에 들러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도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그곳이 여전히 그대로인 것도, 어떤 식으로든 바뀌고 변한 것도, 아직은 보고 싶지가 않은 탓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런 마음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응시를 통해 혐오를 비추는 불빛,
패배가 만들어내는 뜨거운 눈빛


공동체에 우연히 생긴 경계는 서로를 경쟁시켜 바람직한 시민/주체를 생산했다. 그 분할을 자신의 본질로 설명하려는 자기 서사로부터 혐오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자부심은 분할 저편에 대한 낙인과 배제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불안과 이편으로 떨어진다는 두려움이 가족의 사랑을 타고 대대로 전해져왔다. (……) 소설은 “안타까움과 미안함” 같은 공동체에 대한 낭만적 향수로도, “후회나 죄책감” 같은 윤리적 성찰로도 비약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 서 있는 동안 내가 느낀 건 그런 실감”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개발이 만들어내는 마음들을, 그것에 휘둘리며 자라온 ‘나’의 내력까지 냉철하게 정면으로 보는 실감을 갖고자 한다.
-김건형, 「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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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2012년 『동아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어비』, 장편소설 『중앙역』『딸에 대하여』『9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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