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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저자 : 카와조에아이 ㅣ 출판사 : 니케북스NIKEBOOKS ㅣ 역자 : 윤재

2019.10.04 ㅣ 380p ㅣ ISBN-13 : 9791189722111

정가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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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자연 > 과학일반 > 자연교양물
이 책은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언어학과 기계언어 전문가인 저자는 말을 이해하고 인간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려면 기계의 언어 처리 능력을 인간의 언어 능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출발점으로 하여, 음성 언어 처리의 원리와 방법 및 대화형 AI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통해 재미있게 소개한다. 말을 알아듣고 사물을 인식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 뒤에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 이론적 해설을 덧붙여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기계 학습, 인공 신경망, 튜링 테스트, 딥 러닝, 워드넷 등 인공지능 관련 개념 및 최신 기술도 소개하고 있어 20여 년간 이론언어학과 자연 언어 처리 연구에 전념한 저자의 공력이 느껴진다. 이러한 깊이 있는 내용을 놀랍도록 평이하게 전달하여 공학이나 수학적 관련 지식이 없이도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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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서문 | 뭐든 다 하는 로봇을 만들자! _ 이야기의 시작

1장 | 로봇 귀를 구하러 두더지 마을로! _ 말을 듣고 판별하는 능력
- 음성과 음소
- 기계의 음성 인식과 학습
- 인간의 듣기 능력 습득 과정
- 꼭 인간과 똑같아야 할까?

2장 | 카멜레온 마을에 대화하는 로봇이 있대! _ 대화를 나누는 능력
- 튜링 테스트
- 인간과 대화하는 기계의 현재 수준
- 어중간한 대화와 어중간한 이해
- ‘참-거짓’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3장 |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로봇을 찾아 개미 마을로! _ 질문에 바르게 대답하는 능력
- 질문에 답하는 기계
- 언어의 세계에서만 이루어지는 한정된 이해

4장 | 올빼미 마을의 로봇 눈 기술을 알아내야 해! _ 말과 바깥 세계를 연결하는 능력
- 기계의 영상 인식
- 인공 신경망 엿보기
- 인공 신경망이란?
- 이미지·영상 표현력의 한계
- 외부 정보와 문장의 참-거짓 관계

5장 | 게으른 족제비들 결국 대형 사고를 치다! _ 문장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1
- 논리란 무엇인가?
- 추론과 뜻 이해
- 논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것
- 함의 관계 인식

6장 | 족제비들은 과연 1,000개의 문제를 풀 수 있을까? _ 문장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2
- 추론 패턴에 문장 적용하기
- 문장끼리 얼마나 닮았는지부터

7장 | 기계용 사전을 찾아 담비 마을로! _ 단어의 뜻을 아는 능력
- 과연 가능할까
- 단어 뜻을 자동으로 알게 하기
- 기계를 위한 문맥 정보
- 구와 문장을 벡터화하다

8장 | 족제비들, 뭐든 다 하는 로봇 드디어 완성? _ 화자의 의도를 추측하는 능력
- 뜻과 의도
- 모호성 해소
- 대화 함축
- 의도 전달의 어려움

9장 | 그 후의 족제비들 _ 말을 알아듣는 로봇, 일단 여기까지
- 말을 알아듣게 하기 위한 일곱 단계
- 그 너머에 인간이 있다

저자 후기
미주
그 밖의 참고 문헌

[본 문]

“물고기들이 이런 로봇을 만들었다니……”

다들 동요를 감추지 못하네요. 그때 한 족제비가 말했어요.

“있잖아, 이걸 개량해서 더 대단한 로봇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물고기가 육지를 걷는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로봇을 만들자.”

족제비들은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물고기들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로봇을 만들자는 말이 마음에 든 모양이에요.

“그럼 어떤 로봇을 만들까? 이 로봇은 물고기를 태우기 위한 거니까 족제비가 탈 만한 로봇을 만들어 볼까?”

농부 족제비가 의견을 냅니다.

“그런 거 만들어서 얻다 쓰게? 그보다는 밭일할 줄 아는 로봇을 만들자. 밭을 갈라고 말하면 갈아 주고, 오이를 수확하라고 말하면 수확해 주는 로봇은 어때?”

보따리장수 족제비가 끼어드네요.

“밭일만 하면 쓰나? 판매까지 직접 해야지. 판매도 아주 잘하는 로봇이 좋겠어. 돈이 많아 보이는 동물에게는 더 비싸게 팔 줄 아는 로봇 말이야.”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족제비들도 제각기 의견을 내놓았어요.

“족제비 주민 센터 일도 힘드니까 로봇이 주민 센터 일도 꼭 대신 해 주면 좋겠어. 세금도 걷고, 마을 축제도 기획하고.”
“족제비 마을 초등학교에도 교사가 부족해. 로봇이 교사 업무까지 할 줄 안다면 도움이 되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의견들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걸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다 해 주는 로봇, 그게 가장 좋겠구나.”
“그럼 우리가 하는 말은 뭐든 다 알아듣고, 뭐든 다 할 줄 아는 로봇을 많이 만들자. 그러면 그 로봇들에게 뭐든지 시킬 수 있으니까!”
“좋아. 그렇게 하면 아무도 일 안 해도 되겠다.”

족제비들은 이 황홀한 계획이 얼마나 멋진지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그런 로봇이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족제비들은 왕처럼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족제비 마을의 어마어마한 로봇 만들기 계획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 않나요? 내가 하는 말은 뭐든지 알아듣고, 뭐든지 할 줄 아는 로봇. 그런 로봇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렇게 되면 우리 인간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요즘 세상엔 이런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지요.
로봇 기술이 발달하고 로봇의 두뇌인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 가면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도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더욱 확장되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죠.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다 이해하고, 무엇이든 다 할 줄 아는 로봇’이란 게 정말 있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말을 이해하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14~18쪽 <뭐든 다 하는 로봇을 만들자!> 중


족제비들 중 한 마리가 “그럼 내가 말해 볼게. 무슨 말을 하지? 좋아, ‘나는 밥이 좋아. 흰밥.’”이라고 하자 두더지 귀의 모니터에 다음과 같은 표기가 뜹니다.

나/ 는바비/ 조아흰/ 밥.
나는/ 바비/ 조아/ 흰밥.
나는/ 밥이/ 좋아/ 흰밥.

장사의 달인 두더지: “자, 보세요. 똑똑히 알아들었죠! 게다가 단어를 분절해서 찾아내고 맞춤법대로 표기하고 있잖아요. 즉, 어떤 단어로 이야기했는지 알아듣는 겁니다.”
족제비들: “흠,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장사의 달인 두더지: “아, 여러분, 이게 진~짜 진짜~! 어려운 일입니다. 애초에 같은 말소리라고 생각하며 발음하더라도 실제 나오는 소리는 엄청 다르거든요. 정확하게 알아들으려면 그런 차이를 잘 무시해야 돼요. 예를 들면 ‘밥이’를 맞춤법을 무시하고 ‘바비’로 쓰면 첫째 ‘ㅂ’과 둘째 ‘ㅂ’, 그리고 ‘흰밥’의 받침 ‘ㅂ’은 전부 다른 소리거든요.”
족제비들: “정말요?”
장사의 달인 두더지: “‘바비’의 첫째 ‘ㅂ’은 성대가 울리지 않는 소리이고, 둘째 ‘ㅂ’은 성대가 울리는 소리지요. 그래서 영어 화자들은 첫째 ‘ㅂ’을 ‘p’로 알아듣고, 둘째 ‘ㅂ’은 ‘b’라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흰밥’처럼, 받침 ‘ㅂ’으로 발음을 그냥 끝내면 받침 ‘ㅂ’은 앞의 두 ‘ㅂ’과 달리 소리 길을 딱 막아 버린 채 끝내 버리기 때문에 이 또한 전혀 다른 소리입니다. 여기 나온 세 ‘ㅂ’이 전부 같은 소리라고 인식하는 것은 한국어 화자뿐이에요. 그런데 기계는 아무런 조정 작업이 없으면 일단 전부 다른 소리로 받아들이지요.”

족제비들이 다시 발음하면서 정신을 집중해 보니, 정말 두더지 말이 맞았어요. 세 가지 ‘ㅂ’이 모두 소리가 달랐지요.

장사의 달인 두더지: “자, 아시겠습니까? 발음 시스템이 달라요. 그러니까 이것들은 목소리로서 전부 다 다른 거죠. 하지만 우리는 그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ㅂ’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그게 언어의 묘미인데요, 문제는 기계에도 이걸 알려 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모든 차이를 모조리 무시하게 해선 안 돼요. 예를 들어 ‘ㅁ’과 ‘ㅂ’ 받침을 혼동하면 안 되잖습니까? 그러면 ‘나는 바비 좋아’가 아니라 ‘나는 바미 좋아’가 되니까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버리죠. 무시해야 하는 차이는 무시하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차이는 무시하지 않는 것, 그 미묘함을 구분하는 게 참 어렵단 말이죠.”
족제비들: “흐~음.”
장사의 달인 두더지: “그뿐이 아니에요. ‘좋아’는 실제로 ‘조아’로 발음하지, ‘조하’로 발음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좋다’라는 단어는 ‘조아, 조타, 조코’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합니다. 게다가 맞춤법에 맞게 ‘바비’를 ‘밥이’로 다시 써야 합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족제비들: “아하! 대~단하네요.”
장사의 달인 두더지: “자, 손님들! 마음껏 더 시험해 보세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요!”
- 25~27쪽 <로봇 귀를 구하러 두더지 마을로!> 중


기계가 사람 말을 듣고 이해하는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이 음성 인식 기술입니다. 이것은 입력된 음성을 ‘문자열’이나 ‘단어 열’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장사의 달인 두더지가 보여 준 것처럼 음성을 입력하면 “나는 밥이 좋아. 흰밥.”과 같이 올바른 문자열(단어 열)을 출력해 내는 일이 이 기술의 목표입니다. 기계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할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컴퓨터에게 소리란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숫자를 다루는 기계입니다. 요즘 컴퓨터는 문자나 이미지, 동영상 등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이른바 계산기와는 제법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컴퓨터가 조작하는 것은 ‘숫자’, 보다 정확히 말하면 ‘숫자로 변환 가능한 전기 신호’입니다. 우리가 평소 쓰는 숫자는 ‘54’나 ‘137’처럼 십진법으로 표시되지만, 컴퓨터가 사용하는 이진법이라는 방법을 쓰면 ‘110110’이나 ‘10001001’처럼 숫자 1과 0만으로 모든 수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류의 on/off나 전압의 높고 낮음 등을 대응시키면 전기 신호로 나타내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컴퓨터에서 다루는 문자나 이미지, 동영상 등은 컴퓨터 내부에서 이렇게 숫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리란 진동으로 생겨나는 파장이라고 설명했지요? 기계는 말소리를 입력하면 해당 소리가 가진 파장의 특징을 ‘숫자의 조합’으로 나타냅니다. 그래야만 말소리를 컴퓨터에서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표현된 음성을 기계가 적절한 음소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입니다. ‘학습’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받거나,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며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러나 기계가 하는 공부는 그러한 상상 속 모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우선 기계 학습의 목적은 간단히 말하면 ‘함수를 구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함수는 여러분이 수학 시간에 배운 그 함수와 같은 함수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이 좌표 위에 그려진 직선과 곡선, y=f(x)와 같은 수식을 떠올리실 텐데, 함수에서 중요한 것은 ‘수를 입력하면 수 하나를 출력하는 일’입니다. 수식 y=f(x)에서 x는 ‘입력되는 수’, y는 ‘출력되는 수’를 나타냅니다.
함수를 구하는 일과 지금 다루는 주제인 ‘음성을 음소로 연결하는 일’의 연관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앞서 설명했던 다양한 데이터를 숫자로 표현하는 데 있습니다. 음성과 음소를 숫자로 표현하면 ‘음성을 음소로 연결하는 일’은 ‘음성(을 나타내는 숫자)을 입력하면 그에 대응하는 음소(를 나타내는 숫자)를 출력하는 함수를 구하는 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즉 x라는 음성을 입력하면 y라는 음소를 바르게 출력하는 y=f(x) 함수를 구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럼 어떻게 기계 학습을 통해 그런 함수가 구해질까요? 여기에서는 기계에 주어지는 학습 데이터(training data)를 단서로 들 수 있습니다. 음성을 음소로 연결하는 과제를 예로 들어 볼까요? 학습 데이터란 해당 음성 예제에 연결되어야 할 음소의 정보를 붙인 자료를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 음성은 어떤 음소에 연결해야 할까?”라는 ‘예제’에 “이 음소입니다.”라는 ‘정답’을 붙인 자료라고 볼 수 있겠지요. 기계는 이렇게 ‘정답이 붙은 예제’를 받아 옳은 답을 내기 위한 함수를 도출합니다. 기계 학습이 잘 이루어지면 처음 보는 문제 중 정답이 첨부되지 않은 문제에도 높은 확률로 옳은 답을 내는 함수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 39~41쪽 <로봇 귀를 구하러 두더지 마을로!>, 기계의 음성 인식과 학습 중


족제비들: “저기, 이 파초빨 수염 선생은 스스로 생각을 하긴 하는 거야?”
카멜레온: “응? 생각을 하는 거냐니?”
족제비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자기 의견 같은 게 있는 거야?”
카멜레온: “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족제비들: “어? 아까 분명히 이 로봇이 말을 알아듣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우린 이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이야기할 거라고 상상했는데.”
카멜레온: “생각하면서 이야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지?”
족제비들: “음, 그러니까 이 로봇은 상대방이 한 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다음에 대답하는 거냐는 얘기야.”
카멜레온: “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다음에 대답한다? 너희가 어떤 의미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명을 좀 해 주자면, 이 파초빨 수염 선생은 몇 가지 규칙에 따라 움직여.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한 이야기에서 주어와 어미 ‘~해요(~어요)’ 같은 걸 삭제한 다음에 문장 앞에 먼저 ‘허허,’를 붙이고 뒤에 ‘(~다)……고요.’를 붙여서 대답하지. 이런 식이야.”

저는 식욕이 없어요. ⇒ 식욕이 없다
⇒ 허허, 식욕이 없다……고요.

족제비들: “엇? 그럼 상대방이 한 말을 듣고 그냥 반복하는 것뿐이잖아.”
카멜레온: “그 외에도 규칙은 다양해. 상대방의 말을 잘 파악하지 못했을 때는 ‘흠, 그래서요?’나 ‘계속 말씀해 보세요.’ 같은 말을 하지. 그리고 상대방이 한 말 속에 있는 핵심어에 따라 대답을 정하기도 해. 예를 들어 ‘잠을 못 잔다.’라는 말이 나오면 ‘뭐 짐작 가는 원인이 있습니까?’ 하고 상대방에게 되묻지. 상대방이 ‘이것저것’이란 말을 하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라고 묻고. ‘고맙습니다.’나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럼 건강하십시오.’라고 답하고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나오면 ‘스트레스는 잘 풀어야지요.’라고 말하지. 파초빨 수염 선생은 ‘스트레스’라는 게 실제로 어떤 건지 몰라. 단순히 입력된 문자에 맞춘 다른 문자로 답할 뿐이야.”
족제비들: “뭐야! 그럼 ‘스트레스는 잘 풀어야지요.’도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란 소리야?”
카멜레온: “맞아. 그리고 레온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 레온에게는 ‘잘 풀렸던 대화’의 예시를 잔뜩 넣어 두었어. 대화의 예시란 한 쌍을 이루는 질문과 대답이야. 즉 ‘한쪽이 이렇게 말하면 다른 한쪽이 이렇게 대답한다’ 하는 것들이지. 예를 들어 ‘요즘 어때?’ 하면 ‘그럭저럭.’이라고 하지. 레온은 이런 예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어.”

질문: 요즘 어때? / 대답: 그럭저럭.
질문: 아, 진짜 짜증 나네. / 대답: 히잉. 혼났다~.

그러니까 레온은 누가 말을 걸어오면 상대방이 한 말과 비슷한 패턴을 가진 예시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대화의 예시’ 중에서 찾아낸단 말이지. 그리고 그 유의성 정도에 따라 순위를 정하고, 그중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대화 패턴의 대답을 자기 대답으로 골라. 그때 유의성을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중요한데, 기계를 학습시키는 다양한 방법에…….”

카멜레온은 설명을 이어 가려 했지만 족제비들이 중간에 끼어드네요.

족제비들: “레온은 그런 식으로 대화하는 거야? 그 말은 다른 누가 과거에 했던 대화를 반복한다는 말이잖아?”
카멜레온: “뭐,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지.”
족제비들: “그런 건 우리가 바라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 상대방이 한 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도 아니란 말이야? 와아, 감쪽같이 속았네!”
- 58~61쪽 <카멜레온 마을에 대화하는 로봇이 있대!> 중


인간과 대화하는 기계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필요한 절차를 수행해 주는 등 명확한 목적을 갖는 기계입니다. 사람과의 대화에 기반하여 음식점 검색이나 버스 도착 시각 안내, 질문에 대한 대응 등을 하는 기계가 바로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기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 몇 시 몇 분에 도착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따위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기계 중 대량의 문헌에서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대답하는 기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명확한 목적이 없는 대화, 즉 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기계입니다. “왜 잡담하는 기계 따위를 만들 필요가 있단 말이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잡담에도 실용적인 중요성이 있습니다. 일본 내 대화 시스템 연구의 일인자이자 일본의 인공지능학회 이사인 히가시나카 류이치로(東中龍一郎) 씨는 설령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더라도 잡담 기능을 전혀 갖추지 못하면 이용자가 기계와 길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따라서 본론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용을 중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또한 사람이 하루에 나누는 대화의 60%가 잡담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사람과 관련한 기계를 개발하는 데 있어 잡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튜링 테스트에서 상정한 ‘대답하는 기계’는 위의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아마도 두 번째 유형인 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기계 쪽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겁니다. 튜링 테스트에서 지성의 유무를 판단하는 재료로 삼는 것은 ‘인간과 구별이 안 되는 대화 능력을 갖는 일’입니다. 이때 첫 번째 유형의 기계처럼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요. 오히려 질문에 너무 자세하고 정확한 대답을 하게 되면 ‘마치 기계 같다’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튜링 테스트로 경쟁하는 행사인 뢰브너 상(Loebner Prize) 대회에서도 인간의 착각을 잘 흉내 낸 기계가 더 인간답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잡담하는 기계에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사람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볼 때 얼마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줄 아는지’입니다. 이것은 튜링 테스트가 지성의 유무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잡담하는 기계는 오래전부터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중 유명한 것이 1966년에 개발된 엘리자(ELIZA)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엘리자는 수많은 패턴 대응 규칙을 갖추고 사람이 키보드로 입력한 질문의 패턴에 맞추어 대답합니다. 앞선 에피소드에 등장한 파초빨 수염 선생의 모델이 바로 엘리자입니다. ‘컴퓨터 심리상담사’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인 엘리자는 앵무새처럼 되묻는 대답이 많았음에도 인기를 끌었고, 개중에는 엘리자가 인간이라고 믿어 몇 시간씩 대화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동작 방식이 마치 매뉴얼에 따라 사무적으로 반응하는 심리상담사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지요.
- 69~71쪽 <카멜레온 마을에 대화하는 로봇이 있대!> 중 인간과 대화하는 기계의 현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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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을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하거나 신기한 개념이 아니다. ‘시리’나 ‘빅스비’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를 비롯해 음성 인식 스피커나 에어컨 등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기기들이 일상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인간 ‘바둑의 신’ 이세돌 9단을 이겼고, 얼마 전 개최된 ‘알파로(AlphaLaw) 경진대회’에서는 인간 변호사 팀과 법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팀이 변론 대결을 펼쳐 인공지능 팀이 완승을 거둔 수준까지 와 있다.
현재 인간은 기계에 언어 능력을 심어서 인간과 대화하고 감정까지 공유하는 수준의 기계를 만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말은 인간의 정신적 또는 영적 영역을 외부로 표현하는 도구다. 이는 지구상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능력이기도 하다. 인간이 현재의 인류로 진화하고 모든 피조물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말, 다시 말해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계에게도 이러한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하여 머지않아 로봇이 인간 대신에 일하고, 더 나아가 영화 <그녀(Her)>나 <조(Zoe)>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나 인조인간처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그들과 인간과 같은 관계를 맺고 심지어 연애까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게 될까?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 개발이 가져다줄 환상적인 변화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봐 우려하기도 한다. 인간이 일터에서나 관계에서나 인공지능에 떠밀려 인간성이 말살되는 시대가 오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반복적인 패턴을 파악하고 대량의 데이터에서 추출한 통계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것이지, 단어나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언어학과 기계언어 전문가인 저자는 말을 이해하고 인간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려면 기계의 언어 처리 능력을 인간의 언어 능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출발점으로 하여, 음성 언어 처리의 원리와 방법 및 대화형 AI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통해 재미있게 소개한다. 말을 알아듣고 사물을 인식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 뒤에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 이론적 해설을 덧붙여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기계 학습, 인공 신경망, 튜링 테스트, 딥 러닝, 워드넷 등 인공지능 관련 개념 및 최신 기술도 소개하고 있어 20여 년간 이론언어학과 자연 언어 처리 연구에 전념한 저자의 공력이 느껴진다. 이러한 깊이 있는 내용을 놀랍도록 평이하게 전달하여 공학이나 수학적 관련 지식이 없이도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인공지능 개발 및 기계 학습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기계에 언어 능력을 부여해 준다는 것은 곧 인간의 언어 능력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새삼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이고, 기계는 도무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타고난 언어 능력의 경이로운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읽는 팁 하나를 전하자면, 우선 우화 부분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읽는다. 그것만으로도 대화형 AI 개발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그 후에 그 과정을 좀 더 전문적으로 상세하게 해설하고 이야기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해설편을 읽으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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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조에 아이 川添 愛
1996년 규슈대학 문학부 문학과 졸업(언어학 전공).
2005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문학) 취득.
2002년~2008년 국립 정보학 연구소 연구원.
2008년~2011년 쓰다주쿠대학 여성 연구자 지원 센터 특임 준교수.
2012년~2016년 국립 정보학 연구소 사회 공유 지(知) 연구 센터 특임 준교수.
저서로 《백과 흑의 문—오토마톤과 형식언어를 탐험하는 모험》(도쿄대학 출판회, 2013년), 《정령의 상자—튜링 머신을 탐험하는 모험(상-하)》(도쿄대학 출판회, 2016년)가 있다.
옮긴이 윤재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 기획자 겸 전문 일어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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