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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박완서 짧은 소설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작가정신(도).

2019.01.30 | 392p | ISBN-13 : 979116026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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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영원한 이웃,
박완서를 다시 만나는 시간!


박완서 소설가는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읽힐 것이다.
_정세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故) 박완서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이자, 1970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담아내고 평범한 삶 속에 숨이 있는 기막힌 인생의 낌새를 포착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사랑과 결혼의 잣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진실이란 우리에게 얼마만 한 기쁨이고 슬픔인지를 작가 특유의 신랄하고도 친근한 문체로 보여준다.
박완서 작가의 장녀이자 수필가이기도 한 호원숙은 이번 책의 「개정판을 펴내며」에서 “재미 속에 쿵 하고 가슴을 흔들어대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합니다. ……낭만적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으셨던, 그러나 ‘너의 삶의 주인은 너’라고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어머니”라고 회고한다. 짧은 분량의 단숨에 읽히는 이야기지만 여운의 뒷맛은 더 길고 강하다. 자기기만과 허위의식에 찬 속물근성이 까발려진 듯해 뜨끔하고, 목표의식 없이 내달리는 헛헛한 내면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던 이웃 간의 정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작금의 사태가 떠올라 씁쓸하고,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때 그 사람」, 「마른 꽃잎의 추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그림의 가위」, 「어떤 유린」 등 48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짧은 소설집은 평생에 걸쳐 선생의 화두였던 ‘사랑과 자유’에 대한 희구를 때론 낭만적으로, 자주 희망적으로 펼쳐 보인다.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한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은, 즉 우리의 이웃들은 진정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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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개정판을 펴내며 _ 호원숙
안방 천장에 일렁이던 불빛처럼

책머리에

그때 그 사람
어떤 청혼
키 큰 신랑
마른 꽃잎의 추억 1
– 화랑에서의 포식
마른 꽃잎의 추억 2
– 엉큼한 장미
마른 꽃잎의 추억 3
– 못 알아본 척한 남자
마른 꽃잎의 추억 4
– 조각난 낭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1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2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노인과 소년
일식日蝕
달나라의 꿈
그림의 가위
완성된 그림
땅집에서 살아요
아파트 부부
열쇠 소년
열쇠 가장
아파트 열쇠
어머니
여자가 좋아
어떤 유린
식구와 인구
노파
이민 가는 맷돌
삼박 사일간의 외출
어떤 화해
할머니는 우리 편
마지막 생신
외래어 노이로제
완두콩만 한 아이
궁합
늦어도 12월까지는
서른아홉 살, 가을
거울 속 연인들
노을과 양떼
끊어진 목걸이
꿈은 사라지고
권태
어떤 폭군
고부간의 갈등
어떤 소나기
그대에게 쓴 잔을
성공 물려줘
나의 아름다운 이웃

[본 문]

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내려 드는 것일까?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_71쪽

그러나 우선 일은, 배웠다는 것을 간판적인 것으로 못박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움직임 있는 가능성으로 전환시켜주었고 그것은 그녀 자신의 생명의 리듬에 활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일을 통해 그녀는 혼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 살 수 있다는 기쁨은 새롭고도 신나는 삶의 보람이었다. 혼자 살 수 있다는 기쁨과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과는 상반되는 것 같았지만 후남이는 그 둘을 행복하게 화합시킬 자신이 있었다.
혼자 살 수 있는데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남으로써 결혼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택이 되는 것이지 혼자 살 수가 없어 먹여 살려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혼이란 여자에게 있어서 막다른 골목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후남이의 생각이었다.
_96쪽

나는 그 한 바가지의 공을 보면서 그만큼의 공이 담을 넘는 동안 그 담을 사이에 둔 이웃끼리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고 지냈다는 게 과연 그쪽만의 잘못이었을까? 내 잘못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_120~121쪽

문규는 그제서야 친구의 지난날의 그림의 미완성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그 참뜻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지난날의 친구와, 지난날의 친구의 그림이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웠다. 그러나 미완성을 완성시킬 수는 있어도 완성을 미완성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명 있는 걸 생명 없이 할 순 있어도 이미 생명이 없어진 것에 생명을 줄 순 없는 것처럼.
_138쪽

그러나 엄마는 가끔 이런 심각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한 집안의 주부 노릇도 이렇게 고되거늘 만일 나라 살림하는 자리에 있는 양반들이 국민이란 걸 고루 나누어 먹여야 하고 지껄이고 싶을 땐 지껄여야 하는 사람의 입, 인구人口로 인식한다면 그 자리가 얼마나 고된 자리가 될 것인가 하는.
_207쪽

“그래. 조국 분단의 설움을 가장 혹독하게 맛본 노老화백은 말년에 저런 방법으로 화해의 꿈을 꾼 거야. 꿈을 꾸는 것조차 용기에 속했던 그 끔찍한 분단의 벽도 지금 현실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이에 그 알량한 학력의 벽, 빈부의 벽을 마냥 고집하기냐?”
_243쪽

“부인, 그래서 나쁠 것도 없잖습니까. 전 지금 오래간만에 행복합니다. 가슴이 소년처럼 울렁입니다. 늙어도 행복할 권리만은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_321쪽

그녀의 열두 살은 교내 백일장에서 우수작을 딴 나이였으며, 또한 서른아홉까지만 살기를 맹세한 나이이기도 했다. 열두 살 계집애에게 서른아홉이 넘은 여자의 나이란 왜 그리도 추악하고 무의미해 보였는지…….
그녀는 올해 서른아홉이었다. 서른아홉 하고도 늦가을이었다.
_303쪽

이사 오는 날이었다. 옆집에 산다는 여자가 인사를 왔다. 나는 반갑고 한편 놀라웠다. 아파트에도 이웃이란 관념이 남아 있다는 게 반가웠고, 그 여자의 미모가 놀라웠다. 중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그 여자의 미모는 상당하달 수 없었지만 유달리 착하고 밝은 표정 때문에 눈부시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여자가 내 이웃이라는 게 예기치 않은 행운처럼 즐거웠다.
_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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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집은 다 비슷하단 사실이 놀랍고 유쾌했습니다.”
방 안에 들어앉아 바늘구멍으로 바라본 바깥세상 이야기


짧은 48편의 소설들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산업화 정책으로 이룩한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빈곤을 면할 수는 없었다. 전원주택 대신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집마다 전화기와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을 들여놓으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들의 삶이 윤택해진 것은 아니었다. 빽빽하게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들로 이웃 간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지만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인사가 사라졌고, 열쇠만 있으면 언제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한 집안에 모여 사는 가족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타인의 권리와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물론 경계해야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소통의 부재가 되어 삶을 더욱 각박하고 황량하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재치 있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진실을 다룬다.
「달나라의 꿈」 속 주인공은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도 교류가 없는 이웃, 상수 엄마에게 불만을 가진다. 언제나 수심 가득한 얼굴을 한 상수 엄마는 어쩌다 이웃을 마주쳐도 인사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친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그 집 아이들도 정원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이 담을 넘어가도 넘겨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나’는 담장을 넘어 온 공을 차곡차곡 모아두다 한 바가지를 다 채울 때쯤, 모아둔 공을 들고 정식으로 이웃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상수 엄마가 숨기고 있던 상수네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무심히 바라보던 세상의 온갖 사물들이
다 아름답고 정겹게 살아났다”
이 시대의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이 시대를 가리켜 ‘낭만’은 종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완서 작가가 아프게 진단했던 자본주의 속 인간은 기계의 부속물처럼 평가절하되고, 이유 없는 살인과 폭행, 망상 또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성적 혐오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고 듣는다. 지금의 세태를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듯 『나의 아름다웃 이웃』에서 작가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불가피하게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하여 인정과 환대가 점점 가물어가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 군상을 통해,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선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싹트는 희망의 빛을 결코 잃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연작소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에서는 분희, 경숙, 그리고 후남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결혼 생활로 인한 여성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후남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초반에 김승옥의 「야행」을 읽으며 할머니, 어머니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 감사하다고 감격하지만, 작품 후반에서는 여전히 기혼 여성에게만 무겁게 짓누르는 사회적 억압과 가부장제의 잔재를 실감하고 홀로 쓸쓸히 고배를 들이킨다.
이 책의 「책머리에」에서 박완서 작가는 “마치 방 안에 숨어 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다가 그 협소한 시야 안에 기막힌 인생의 낌새가 잡힌 듯한 짜릿한 매력 때문에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사소한 일부터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커다란 전환점에 이르기까지, 시종 작가는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생의 결과 주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고 적확한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 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은 치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삶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잊지 말자고 우리 스스로를 분연히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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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나목』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고,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등이 있다. 그밖에도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월 22일 타계한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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