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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배신
저자 : 유진규 ㅣ 출판사 : 바틀비

2018.05.23 ㅣ 328p ㅣ ISBN-13 : 9791196250553

정가15,000
판매가13,500(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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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인문 > 사회학 > 사회학일반
‘맛 산업’의 매트릭스에 갇혀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당신을 위한 ‘향미’ 처방.

단짠단짠에 열광하고, 정크푸드인 줄 뻔히 알지만 먹기를 멈출 수가 없고, 과식을 했음에도 배가 헛헛하여 또 뭔가를 찾게 되는 우리의 식생활. 약한 의지 탓이 아니라 ‘향미의 왜곡, 맛의 배신’ 때문이었다.
환경 다큐 전문 PD인 저자는 중년이 되면서 배가 나오고 갈수록 식탐이 늘어나기만 하는 원인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로 삼아 5년간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식 실험을 해본다. 끝없는 실패와 좌절을 거쳐 마침내 찾아낸 결정적 열쇠는 다름 아닌 ‘맛’과 ‘향’. 화학자들이 천연 바닐라향과 거의 똑같은 인공 바닐라향을 처음으로 합성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현대 식품 산업의 기술력은 이제 단 몇 주면 자연의 거의 모든 향을 모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학적 향은 음식에 덧씌워져 오랜 진화를 통해 형성된 인체의 향미 시스템을 속이고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음식을 먹게 만든다. 많은 음식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괴물이 된 음식, 프랑켄푸드가 된다. 우리는 이 괴물들과 어떻게 대적할 수 있을까?
저자는 현대 식품 산업이 숨겨버린 결정적인 열쇠를 찾아 온갖 최신 과학 논문을 뒤지고 세계 각지의 식품 연구 현장과 장수촌을 탐방하면서 맛의 원리를 추적한다. 그 성과를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맛과 건강, 음식과 인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며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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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우리가 먹는 음식이 포만감을 주지 못한다

1. 음식 중독의 습격
먹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에 중독된 뇌
진 니데치의 프랑켄푸드
중독되는 음식의 비밀

2. 가짜 맛 산업이 일으킨 혼란
옥수수 과자인데 타코 맛이 난다?
화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맛
완벽한 합성 향미료
가짜 맛으로 매출을 올려 드립니다
쾌감의 최대화와 중독
음식의 언어, ‘맛’의 위기

3. 진짜 맛을 찾아서
맛이란 무엇인가
토마토 향미의 비밀
자연의 단맛은 칼로리에 비례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이 건강하다
MSG가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
항산화 물질은 향미가 좋다

4. 무엇이 포만감을 주는가
1년간 감자만 먹은 남자
포만감을 만드는 메커니즘
식물의 독성이 포만감을 준다
음식 중독을 치유한 고구마

5. 맛의 희석화
농산물 속 미량영양소가 줄고 있다
정크푸드가 된 닭고기
밍밍한 음식의 습격

6. 몸에 각인되는 영양 지혜
말벌이 애벌레를 찾는 비법
식물의 이차화합물은 어디에 쓸까
염소의 영양 지혜
오랜 기간 축적된 인간의 영양 지혜
클라라 데이비스의 아이들
로마네 콩티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7. 우리는 왜 영양 바보가 되었는가
슈퍼마켓에 널린 섭취 자극제
무엇이 됐든 딸기 맛이 날 수 있다
영양 지혜에 혼란이 오다
나는 음식에 중독된 것일까

8. 향미료 뒤에 숨은 악마
설탕의 등장과 함께 생겨난 질병
비만 역병의 역사적 시작
고립 원주민들의 비극
설탕과 사탕수수의 차이는 99퍼센트
탄수화물이냐 지방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제 식용유는 제3의 살인자
정제 식품은 왜 몸에 나쁠까

9. 과식과의 싸움 5년
왜 나는 배불러도 먹는가
쌓이기만 하는 나의 체지방
무과당 식단 실험: 설탕 없이 살기
자연에서 찾은 향미 식단

10. 우리가 몰랐던 맛의 기적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채집자들
잡초의 재발견
되살려야 할 옛 맛
인생을 되찾은 사람들
와인과 맥주의 진실
장수마을, 블루존에서 찾은 비밀

에필로그 잃어버린 향미의 미래
참고문헌

[본 문]

나는 과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을 제외하거나 무엇인가를 더 먹는 실험을 여러 해 동안 계속했다. 설탕 끊기, 밀가루 안 먹기, 토마토 먹기, 고구마 먹기, 나물 반찬 많이 먹기, 생 채소 먹기 등등.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자가 실험을 하면서 나의 식욕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유레카의 순간을 맞이했다.
(/ p.6)

음식 중독 문제를 경험한 첫 세대였던 1960년대 미국의 다이어트 활동가 진 니데치Jean Nidetch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음식을 ‘프랑켄푸드Frankenfood’라고 불렀다. 그녀에게 프랑켄푸드는 ‘멀로마mallomars’라는 초코파이였다. 당시엔 이런 과자 종류만 조심하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거의 모든 식품이 프랑켄푸드화 되고 있다.
(/ p.8)

이 책은 괴물이 된 우리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별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포만감을 주는 좋은 음식과 그렇지 못한 나쁜 음식을 가려낼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쉽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음식의 맛과 향, 즉 ‘향미’에 있다. 좋은 향미를 가진 음식은 필수 영양소를 동반한다. 향미와 관련된 파이토케미컬은 섭취량을 적정하게 조절해 과식을 막는다. 좋은 향미를 가진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으며 살찌지 않는다.
(/ p.9)

극대화된 미각의 쾌감이 주는 커다란 보상인 도파민 분비. 과연 이게 다일까? 음식 중독의 원인을 찾아가는 맛의 지도에서 아직 광대한 영역이 탐색되지 않았다. 바로 ‘향’이다. 지방, 설탕, 소금은 혀로 느끼는 미각이지만 음식의 맛은 미각뿐만 아니라 후각으로도 느낀다. 후각으로 느끼는 맛은 미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복잡하다.
(/ p.37)

1851년 합성 향미료를 이용한 식품이 처음 등장했다.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였다. 방문객들은 파리와 라이프치히 등지에서 온 조향사들이 전시한 합성 과일 향 사탕을 맛보았다. 실제 과일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사과, 포도, 파인애플 맛이 나는 사탕이었다. 음식의 맛이 농업이 아닌 화학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사건이다.
(/ p. 43)

커피향이 들어간 커피는 더 커피 같고 딸기향이 들어간 딸기주스는 더 딸기 같은 맛이 난다. 이런 점에서 합성 향미료로 만든 식품은 가상현실이라고 할 만하다.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가짜가 더 실감나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 p.65)

2009년 영국 영양학계의 중요 인물인 ‘런던 뇌화학 인간 영양 연구소’의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는 과거와 현재의 닭고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는 괴로웠다. 1870년 100그램의 닭고기는 4그램 미만의 지방을 포함했다. 1970년 이 숫자는 8.6그램까지 올라갔다. 2004년에는 100그램당 무려 20그램 이상의 지방으로 채워져 있었다.
(/ p.94)

감자와 고구마가 빵보다 포만감이 높고, 찐 감자가 감자튀김보다 포만감이 높은 것은 우리 몸이 음식의 질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음식에 포함된 미량영양소, 파이토케미컬 등이 포만감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 p.106)

대대적인 종자 개량으로 토마토 수확량은 지난 30년간 무려 세 배나 늘었다. 그러나 그사이 토마토에 들어 있는 칼슘, 비타민 A, 비타민 C 등은 현저히 감소했고, 나트륨 함량은 14배나 증가했다. 1999년의 토마토는 1950년의 토마토보다 칼슘은 57퍼센트, 철분은 29퍼센트, 비타민 C는 21퍼센트 감소했다. 탄수화물은 소폭 증가했고 지방은 변함이 없었다. 대량영양소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미량영양소만 감소한 것이다.
(/ p.122)

오늘날의 육계는 1948년에 가장 빨리 자랐던 육계보다 약 절반의 시간, 35일이면 출하된다. 그리고 무게는 0.7킬로그램 더 나간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이렇게 자라는 데 사료는 3분의 1 정도 덜 들어간다.
(/ p.129)

항산화제의 기능이 약해지면 산소가 DNA를 손상시켜 건강한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수도 있다. 식물의 이차화합물 중 많은 종류가 항산화제다. 동물은 식물의 항산화제를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 p.147)

우리의 몸은 정크푸드의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여 두 가지를 기대한다. 에너지와 영양이다. 맛있는 것에는 영양이 풍부하다는 자연의 원칙에 따라 우리 몸은 칼로리와 함께 많은 영양을 기대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물의 이차화합물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만 정크푸드는 그중 겨우 에너지만 줄 뿐이다. 다만 소화관에서 정크푸드를 분해 흡수하면서 그 효용성이 환상이었음을 인식한다. 그 순간부터 기분 좋았던 느낌은 사라지고 전보다 더 기분이 나빠진다.
(/ p.186)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면 원래 들어 있던 성분의 99퍼센트가 제거되고 설탕 시럽만 남는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으로 가공하면 원래 성분의 1퍼센트만이 남는 것이다. 밀가루도 정제하면 밀기울의 90퍼센트가 제거된다. 이와 함께 특유의 향미도 사라진다. 정제 탄수화물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탄수화물에 비해 성분이 턱없이 단순해진다.
(/ p.207)

야생 동물이 지방을 저장하는 현상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매우 계획적이며 정밀하게 조절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리처드 키시Richard Keesey에 의해 상세하게 연구되었다. 키시는 동물의 지방 축적량이 0.5퍼센트 오차 이내로 정확하게 실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가령 생쥐를 억지로 먹여서 살찌운 후 자유롭게 먹도록 내버려 두면 생쥐는 급속히 체중이 줄어서 정상 체중으로 돌아간다.
(/ p.233)

2015년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28.1퍼센트, 고도비만율은 4.1퍼센트다. 이 숫자들은 1980년대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한창 유행했던 그 많은 다이어트 비법이 모두 실패했다는 뜻이다.
(/ p.238)

지구상에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물은 약 7만 5천 종이지만 인류 역사에서 음식물로 이용했던 식물은 3천 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 대규모로 재배된 식물은 150종에 불과하다. 식용이건 아니건 아직 조사되지 않은 식물의 영양소와 치료 성분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진정한 에덴동산인 것이다. 우리는 고정된 맛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 p.283)

덴마크 학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와인 구매자가 먹는 식품과 맥주 구매자가 먹는 식품이 어떻게 다른지 영수증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데이터는 부족하지 않았다. 모두 98개의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총 350만 건의 거래가 조사되었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쇼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올리브, 치즈, 과일과 채소, 저지방 육류, 향신료와 홍차 등을 카트에 놓는 경향이 있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반대로 감자튀김, 케첩, 마가린, 설탕, 반조리 식품, 탄산음료에 손을 뻗는 경향이 있었다.
(/ p.303)

뉴캐슬대학교의 노화 및 건강연구소의 존 매더John mather 교수는 몇 가지 특별한 음식이나 영양소에서 장수의 비법을 찾으려 하면 성급한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잘라 말한다. 장수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 전체를 보아야 한다.
(/ p.312)

인간은 향미를 좇는 동물이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향미로 경험되며, 이것은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 대부분은 저항할 수 없다. 자연에서는 향미와 영양소 간에 밀접한 연결 관계가 있다. 그러나 합성 향미료 기술은 이 연결을 끊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음식과 맺었던 질서 정연한 관계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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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단짠단짠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먹방에 환호하고 ‘단짠단짠’에 열광하는 현대인들. 우리가 음식 앞에 이렇게 약해진 것은 음식이 맛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사실 우리 주변의 식재료 대부분은 본연의 맛을 잃고 갈수록 밍밍해져가고 있다. 할아버지 세대들이 오렌지 한 개에서 섭취하던 비타민 A와 같은 양을 얻으려면 지금은 오렌지 여덟 개를 먹어야 한다. 영양과 맛이 희석화된 것이다.

미국의 쿠시연구소Kushi Institute는 1975년부터 1997년 사이에 채소 12종에서 칼슘은 27퍼센트, 철분은 37퍼센트, 비타민 A는 21퍼센트, 비타민 C는 30퍼센트가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1930년과 1980년 사이에 영국에서 생산된 채소 20종에서 칼슘은 19퍼센트, 철분은 22퍼센트, 포타슘은 14퍼센트 감소했다.
(/ p.122)

닭고기에 향미가 부족한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 닭이 영계인 데 있다. 닭이 근육에 향미를 축적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긴 시간 성장해야 하는데 요즘 닭은 35일 만에 출하된다. 가금류 과학 잡지의 한 논문에서는 요즘 육계의 성장 속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만약 사람이 요즘 육계처럼 빨리 자란다면 막 태어난 신생아는 2개월 후 300킬로그램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거대한 병아리를 먹는 셈이다.
(/ p.131)

현대적 축산과 작물 재배로 인해 이렇게 필수 영양분은 줄어들고 맛은 묽어진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우리는 맛있다며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조리법이 발달해서일까? 그러나 또한 많은 셰프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요리란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돕는 일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밍밍해진 재료와 맛에 탐닉하며 과식을 일삼고 끝내 비만에 이르는 우리의 식생활 사이의 관계가? [맛의 배신]은 바로 이 의문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맛 산업이 정교하게 짜놓은 거대한 가짜 맛의 매트릭스를 직시하고 음식과 인간 간의 건강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 자신의 눈물겨운 분투기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는 글로벌 탐사기


20년 가까이 환경 다큐 전문 PD로 일해온 저자는 원래 마른 체형이었음에도 중년이 되면서 배가 나오고 갈수록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원인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먼저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로 삼아 5년간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식 실험을 해본다. 끝없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다.

무과당 식단 실험에서 최대 고비는 2월 14일, 막내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날 찾아왔다. 무과당 식단 두 달여 만에 처음 가족 외식을 했다. 중식에 한번 실패했던 터라 메뉴는 한정식으로 정했다. 많은 반찬 중 내가 먹을 만한 게 적어도 절반은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영양 고춧가루와 신안 소금만 고집한다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한식집이었다. (중략) 그러나 내 생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첫 접시인 샐러드는 달콤한 소스로 버무려져 있었다. 생선회는 달콤한 간장소스에 살짝 담겨 나왔고 가지생선튀김은 달달한 소스가 뿌려져 있었으며 오징어볶음은 고추장 양념을 설탕으로 폭격한 것 같았다. (중략) 결국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밥과 된장찌개, 들깨수제비 세 가지뿐이었다.
(/ pp.250~251)

실험과 함께 저자는 온갖 최신 논문을 뒤지고 세계 각지의 식품 연구자들과 장수촌을 탐방하면서 맛의 원리를 추적한다. 다큐 PD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식물 2차화합물의 역할을 발견한다. 식물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잘 익은 열매를 알려 씨를 퍼뜨리기 위해 2차화합물을 만들고 이 화합물의 종류에 따라 고유의 독특한 향미가 형성된다.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커다랗고 보기 좋은 열매들은 솎아 내고 작고 볼품없는 것들만 남겨서 이것들이 화학적으로 더 강해지게 한다. 와인의 열성 팬들은 같은 지역에서 같은 해에 생산된 같은 품종의 와인이 농장에 따라 어떻게 향이 다른지도 구별할 수 있다. 가령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 와인 중에서 ‘로마네 콩티Romane-Conti’라는 농장에서 생산된 와인은 바로 옆 농장의 같은 와인보다 수백만 원을 더 주고도 구하기가 어렵다. 로마네 콩티의 특별함은 결국 이차화합물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 p.164)

이 향미는 자연이 만든 진짜 맛이자, 우리 몸이 요구하는 미량영양소를 섭취하게 만드는 촉진제이며 동시에 필요한 양을 채우면 스스로 알아서 수저를 내려놓게 만드는 조절자이기도 하다. 영양소가 줄어든 음식을 먹으면서 과식하게 되는 중요한 열쇠가 여기에 있었다. 향미는 우리가 잃어버린 연결고리였다.

얼마 후 프레드 프로벤자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처했던 상황이 음식 중독을 비롯한 과식 문제의 핵심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파이토케미컬이나 생화학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과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음식을 먹으면 우리 세포와 신체 기관들의 피드백 메커니즘이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도로 정제된 식품을 먹을 때는 세포와 신체 기관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정제된 식품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조금밖에 들어 있지 않아 우리 몸에서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식하게 됩니다."
(/ p.263)

괴물이 된 음식 프랑켄푸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현대적 음식 산업의 한쪽에서는 실험실에서의 화학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는 바닐라 원액이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바닐라향이 들어갈 뿐이다. 처음 화학자들이 바닐라향을 합성하는 데 4년이 걸렸다. 현대 식품 산업은 이제 단 몇 주면 자연의 거의 모든 맛과 향을 모방할 수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맥코믹의 바닐라 원액은 1온스에 22달러, 이미테이션 바닐라는 1온스에 3센트다. 미국 루이지애나 배턴루지에는 이미테이션 바닐라의 주원료인 바닐린을 톤 단위로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바닐린 공장이 있다. 원료였던 솔방울은 펄프로 바뀌었다가 요즘은 쌀겨가 사용된다. 쌀겨 같은 천연 재료에서 화합물을 추출하면 천연향이라고 라벨에 쓸 수 있다. 그래서 이미테이션 바닐라도 천연향으로 표기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닐라 제품의 99퍼센트에는 이미테이션 바닐라가 들어간다.
(/ p.263)

이렇게 화학 합성으로 만들어진 가짜 향은 밍밍해진 식재료를 맛있는 식품으로 위장하는 기가 막힌 수단이 된다. 오늘날 거의 모든 음식과 음료에 이 합성 향미료가 들어간다. 결국 우리는 합성 향미료에 속아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며 섭취하지만, 미량영양소가 결여된 식재료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든든하지 않고 계속 먹을 것을 갈구하게 된다.

합성 향미료는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원물과 함께 쓰일 때도 있다. 커피에 합성 커피향을 넣어 향미를 강화하는 것이 그 예다. 외국인들이 그 맛을 칭찬해 마지않는 의외의 먹을거리 중 하나인 거리의 자판기 커피에는 커피에 더해서 합성 커피향이 들어간다. 물론 시판 중인 일부 커피 음료에도 합성 커피향이 들어 있다. 초콜릿에도 카카오와 함께 초콜릿향이 첨가된다. 딸기 요구르트에는 진짜 딸기와 함께 딸기향이 첨가된다. 합성 향미료는 음료나 디저트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합성 향미료는 한식의 근간인 육수에까지 진출했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소고기 가루’라고 불리는 제품이 있다. 은색의 커다란 통에 든 흰색 가루인데 제품명은 ‘소고기 맛 분말 시즈닝’이다.
(/ p.58)

인스턴트 햄버거나 프렌치프라이가 정크 푸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정크 푸드임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이들 음식도 큰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합성 향미료는 우리 몸의 향미 시스템을 파괴시키고 오작동하게 만들어 과식과 비만을 조장한다.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자체에 내재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건강을 파괴할 때까지 먹게 만드는 음식을 ‘프랑켄푸드’라고 저자는 칭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프랑켄푸드와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현대 맛 산업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공 맛의 세계, 가짜 맛의 매트릭스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잃어버린 영양 지혜를 회복해 주는
맛의 과학


저자의 탐색은 자연적인 맛에 대한 상찬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도 맛과 향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음식과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과학적 탐색이 이 책의 주 내용을 채우는 이유이다.

뇌가 커지자 자연선택은 입과 코 안을 포함해서 사람의 머리 전체를 재설계했다. 이때 후각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대부분 포유류는 가로판이라는 뼈가 코 안을 둘로 나눈다. 음식물을 씹으면 입 뒤쪽에서 향이 퍼지지만, 이 뼈가 향이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동물은 주변 냄새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유인원은 진화하면서 가로판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의 경우 입에서 비강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쪼그라들었다. 그래 봤자 그 차이는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이 덕분에 우리 조상은 향미를 경험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음식을 씹을 때, 이 뒤쪽 통로를 통해 휘발성 화합물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후각 수용기에 도달한다. 음식을 씹고 삼킬 때 숨을 내쉼으로써 향미 화합물로 가득 찬 공기가 비강으로 내보내진다. 코의 뒤쪽에 전달된 음식의 냄새는 혀에서 오는 미각과 합쳐져 향미를 구성했다.
(/ p.74)

영양학은 음식을 일종의 연료로 생각한다. 반면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신성시했고 먹는 것은 성스러운 행위였다. 음식은 그것이 만들어진 토양과 바다의 미세 환경 정보를 내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음식은 외부 세계의 정보를 운반해 주는 언어에 가깝다. 음식이 세포에 도달했을 때 이 메시지에 손상이 없어야 우리는 건강할 수 있다.

식품산업이 가진 향미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있다. 식품업계는 이 게임을 고작 50년 조금 넘게 했을 뿐이다. 그들은 바닐라를 완벽하게 모방하는 데는 성공했다. (중략) 버터 맛 감자칩, 나초치즈 맛 도리토스는 1그램당 5칼로리다. 딸기맛 요구르트는 1그램당 1.2칼로리다. 그에 비해 진짜 딸기는 1그램당 0.32칼로리다. 진짜 딸기는 향미 엔지니어링의 걸작이다. 1리터로 100킬로미터를 가는 자동차와 동급이다. 인간은 이렇게 쥐꼬리만 한 칼로리로 이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 p.316)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지혜를 회복하는 것이 가짜 맛의 매트릭스를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달콤한 가상의 맛 세계에 안주할 것인지, 고통스럽더라도 향미가 인도하는 진짜 맛의 지도를 찾아 나설 것인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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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규
환경 다큐멘터리 전문 PD. 1년 차이던 1991년, 고엽제 후유증을 다룬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환경 문제에 눈을 떴다. 이듬해 [환경 탐사 그린맨을 찾아라]를 기획하고 연출했다. SBS에서 [특명 아빠의 도전] 등 다수의 교양, 오락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틈틈이 환경 다큐에 천착했다. 2007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환경호르몬의 습격]으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옥수수의 습격] 등 많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여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동안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먹는 데 집착하고 과식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파헤쳐 왔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쳤던 ‘맛’에 대한 충격적 진실을 접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맛의 배신]은 오랜 탐구와 취재의 결과물이자 괴물이 된 음식에 대한 고발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왜 여자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할까],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옥수수의 습격], [청결의 역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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