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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저자 : 애덤호크실드 출판사 : 갈라파고스 (도) 역자 : 이순호

2017.12.22 | 614p | ISBN-13 : 979118703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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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세계역사/지리 > 유럽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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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헤밍웨이, 로버트 카파, 생텍쥐페리 등 세계의 지식인과 깨어있던 시민들은 왜 스페인으로 향했을까?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이자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 내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

스페인 내전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등에 업은 프랑코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 정부를 돕기 위해 세계 각국의 의용병들이 참전한 전쟁이었다. 전 세계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요 사건이었고 충격적일 만큼 잔인했던 이 전쟁은 이후 세계대전의 그늘에 가려 잊혀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내전의 중요성을 들추어낸다. 무정부주의 민병대로서 전투에 참가한 조지 오웰, 게릴라에 참여하면서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빈 헤밍웨이,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바르셀로나의 사회혁명에 환호한 열아홉 살의 열정적인 켄터키 여성, 프랑코와 공화파 양쪽에서 불꽃 튀는 취재 경쟁을 벌인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 히틀러 애호가이자 프랑코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석유를 공급해준 텍사스의 오일맨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자, 전선에서 폭넓게 존경받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긴 메리먼 부부를 통해 우리는 깨어있던 시민들의 시각으로 스페인 내전을 바라볼 수 있다. 스페인 내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고, 20세기 최고의 이념의 격전장이었다. 이 책은 수많은 지식인과 시민들이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게 된 당시의 시대적 배경, 내전의 진행 과정, 그 후의 이야기까지 총망라한 스페인 내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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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들어가는 말: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스페인을 품고 있다

1부 새 하늘과 새 땅
1. 모스크바로 떠난 미국인 부부
2. 오늘은 우리 차례지만, 내일은 당신들 차례다
3.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면 총살하라
4. 새 하늘과 새 땅, 바르셀로나의 사회혁명
5.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내주느니 마드리드를 파괴하겠다

2부 아버지, 전 스페인으로 갑니다
6. 저를 말리지 마세요
7. 1860년대의 소총과 오합지졸들
8. 피레네 산맥을 넘어
9. 뉴욕 타임스가 바라본 스페인 내전
10. 독재자들을 좋아한 남자
11. 게르니카 폭격과 오웰의 시가전

3부 전쟁 속 미국인들
12. 나라면 그 이야기는 쓰지 않겠어요
13. 전쟁 속에서 피어난 로맨스
14. 미국 석유회사 텍사코의 은밀한 지원
15. 헤밍웨이, 게릴라 작전에 참여하다

4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
16. 진정한 전장은 워싱턴, 런던, 파리다
17. 광란의 도주
18. 삶과 죽음의 경계, 에브로강
19. 프랑스군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망합니다
20. 국제여단의 마지막 공격

5부 전쟁이 남긴 흔적
21. 1938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의 눈물
22. 자명종이 울렸는데 왜 일어나지 않은 거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사진 출처
찾아보기



[본 문]

“에브로강 건너편에는 아직 수백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죽고 일부는 물에 빠져 죽었다. 그럼 포로로 잡힌 사람은? 알 수 없었다. 매슈스는 내가 말해주는 것을 받아적기에 바쁘고, 헤밍웨이는 파시스트 욕하기에 바빴다.” … “헤밍웨이가 강 건너편을 향해 그 큰 주먹을 휘두르며 ‘너희 파시스트 놈들, 아직 승리를 말하기는 일러. 네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말리라!’고 고함을 쳤다.”(pp.10~11)


스페인이 오랫동안 노사분규를 겪은 나라다 보니, 정부 관리들이 민병대를 무장시키기를 처음에 꺼려한 것도 일을 지연시켰다. 그러다 겨우 민병대를 무장시키기로 결정하고 육군성이 소총 6만 5천 정 중 6만 정을 마드리드의 노조원들에게 제공했으나, 이번에는 또 노리쇠가 없어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병기고를 습격당할까봐 우려한 당국이 노리쇠를 다른 곳에 별도로 보관하여 벌어진 일인데, 노리쇠를 보관한 그 막사가 지금은 또 국가주의자군에게 점령돼 있었다. (p.77)


조지프의 부모가 아들의 편지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조지프가 일부러 늦게 보낸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모님께서 이 편지를 받으실 무렵 저는 유럽에 있을 겁니다. 스페인으로 갑니다. … 너무 흥분되고 화가 나서 … 다른 일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파시스트가 판치는 시대에 대학 졸업장을 받는다는 것이 저로서는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제게는 스페인이야말로 중요한 시험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162)


오웰은 진흙 밭을 밟을 때 질벅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적에게 발각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30명으로 구성된 습격조에 가위도 하나밖에 지급되지 않아, 그것 하나로 적군의 철조망을 끊어야 했다. 적군이 가위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이렇게 걱정하는 찰나, 병사들이 갑자기 수류탄을 던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양측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모든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저격당하는 것은 발사되는 총탄이 모두 자신을 겨냥하는 것 같기 때문에 언제나 기분이 나쁘다.” 국가주의자군 진지에 대한 POUM 부대의 습격은 결국 방어병 몇 명을 살해하고, 여타 병사들도 줄행랑을 놓게 만드는 승리로 끝이 났다. (pp.196~197)


파리에 간 알바레스 알론소는 리버에게서 “텍사코는 국가주의자 편에 설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 그 약속을 받자 그는 다시 국가주의자군의 본부가 있는 스페인 북부의 도시 부르고스로 갔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초조하게 답을 기다리고 있던 파리의 리버에게 국가주의자군으로서는 석유가 한시바삐 필요한 형편이지만, 유조선도 돈도 없다는 전보를 보냈다. 이에 리버는 프랑코 측근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그 유명한, ‘지불 걱정일랑 하지 마세요’라는 답신 전보를 보냈다. (pp.251~252)


“로사예스는 우리가 해안가를 따라 달리고 있다고 말하며 게르니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시가 온통 빨갱이들 천지였어요. 그들은 도시가 불에 탄 것이 아니라 폭격을 당한 것이라고 우리를 계속 납득시키려 했어요’라면서 게르니카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키 큰 장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죠. 폭격 당한 거 맞아요. 우리는 도시를 폭격하고, 폭격하고, 또 폭격했으니까요. 그거, 좋은 거 아닌가요?’” “그 말을 들은 로사예스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빌바오로 가기위해 차에 돌아온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면 그 이야기를 기사에 싣지 않겠어요.’” (pp.294~295)


상황이 이랬으니 그 시기의 미국과 영국의 신문 잡지들을 아무리 뒤져 봐도, 전황의 우세함이나 불리함 혹은 마드리드 폭탄 투하에 관련된 수천 종의 기사 외에, 유럽에서 수백 년 간 이어진 계급 전쟁의 새 장을 스페인인들이 잠시나마 열었다고 언급한 기사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 심지어 혁명의 진원지였던 카탈루냐에 관심을 보인 특파원조차 찾기 힘들었다. 마사 겔혼도 엘리너 루스벨트에게 “카탈루냐인들은 … 일종의 가짜 스페인인들이다”라고 적은 편지를 보냈다. (p.317)


공화파군은 첫 승리를 거둔 후 머지않아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소련 탱크들이 험준한 지역을 굴러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이 탱크들은 눈에 띄지 않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소련 고문관들이 탱크 탑승자를 뽑을 때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를 선발 기준으로 삼다 보니 공화파 내 여러 정파에 속한 병사들 가운데 운전에 능하고 기계를 잘 다루는 병사들이 많았음에도 그들은 선발에서 제외된 것이 문제였다. (p. 327)


도심을 행진하는 의용병들 눈에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과 페인트가 벗겨져 나간 공동주택의 벽들이 보였다. 무솔리니의 폭격기들에게 맹폭을 당한 증거들이었다. 하늘에는 새로운 공격에 대비해 공화파군 전투기들이 떠다녔다. 그 소음에 묻혀 악대의 연주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뉴욕 출신의 한 의용병은 그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여자와 아이들이 아들, 형제라고 부르며 우리의 품 안으로 달려들고 ‘다시 돌아오라’고 말했어요. … 그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죠. … 전투밖에 몰랐던 투박한 병사들도 그 모습에 감동해 엉엉 소리 내어 울었어요.” (p.480)


“나는 삼촌이 에이브러햄 링컨 연대와 함께 스페인에 와서, 자신이 믿는 모든 것을 주고자 하는 의지를 펼침으로써 세상이 더욱 공평해지고 자유로워졌다고도 말했다. 또한 그런 봉사 정신과 희망이 가득 찬 정신이야말로 심오한 영감의 원천이라는 말도 해주었다. … 그러자 울컥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이 일은 비단 나 혼자 혹은 내 가족만 겪는 비애가 아니라, 전 유럽과 전 세계를 뒤덮은 트라우마와 비극의 단초, 암흑시대에 스페인에서 일어난 인간 투쟁에 대한 보편적 비애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pp.53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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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영어로 쓰인 것으로는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를 대신할 수 있는 최고의 스페인 내전 입문서다.
― 뉴 리퍼블릭

아이들에게 국제여단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바다와 산을 넘어와 총검 빼곡한 전선을 넘나들었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스페인의 대의가 곧 우리의 대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진적이고 진보적인 인류의 대의를 위해 왔다.’ 그랬던 그들이 오늘 떠납니다. 하지만 수천의 병사들은 그들의 수의가 된 스페인의 대지, 이곳에 우리와 함께 머물러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조지 오웰, 헤밍웨이와 같은 지식인에서 학생, 노동자, 이민자의 자식까지
사냥총도 잡아본 적 없던 도시내기들이 이역만리 스페인의 내전에 참전한 이유는?

1938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 누더기 제복을 입고 짝짝이 신발을 신은 병사들을 향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고, 환호하며, 감사의 말을 적은 쪽지를 던졌다. 이날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전 세계에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 위해 모인 국제여단의 고별 열병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행진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전투하는 법부터 배웠던 이들, 사냥총도 잡아본 적 없었던 이 도시 뜨내기들은 왜 이역만리 스페인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전하러 달려왔을까?
1936년, 세계 전역에는 파시즘이 진군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가 “파시즘이 유럽 전역에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쳤다”고 말했듯이, 독일에서는 히틀러,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가 권력을 잡았고, 영국에서는 오즈왈드 모즐리의 선동이 이어졌으며, 캐나다 총리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도 히틀러에게 매료되었다. 이 와중에 스페인에서 자유주의파, 사회주의당, 스페인 공산당 등이 연합한 인민전선이 우익 정당을 꺾고 총선에서 승리한 소식은 민주주의에 고무가 되는 뉴스거리였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스페인은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등에 업은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스페인 내전은 전 세계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요 사건이었고 충격적일 만큼 잔인했지만, 이후 세계대전의 그늘에 가려 잊혀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들의 격전장이자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 내전의 중요성을 들추어낸다. 조지 오웰, 헤밍웨이는 물론 학생, 의사, 간호사, 일반인 등 다양한 출신 성분을 가진 의용병들의 기록물과 일기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스페인 내전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 내전의 진행 과정, 이후의 후일담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최고의 스페인 내전 입문서다.

파시즘적 쿠데타인 동시에 무정부주의 사회혁명이었던 스페인 내전,
스페인은 어떻게 전 세계 이념의 각축장이 되었나

스페인 내전은 표면적으로는 개혁을 추진하려 한 공화파 세력(중산층과 노동자들)과 전통적 질서를 수호하려 한 국가주의자 세력(교회, 지주, 군부, 자본가)간의 단순한 정권 다툼처럼 보였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자유민주주의와 파시즘 간의 이념 투쟁이었다. 프랑코가 히틀러에게 도움을 요청한 순간부터 스페인 내전은 국내 분란을 넘어 국제적 이념의 전쟁터가 되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최신 전투기와 탱크는 물론 훈련된 조종사들을 보내 프랑코의 쿠데타를 아낌없이 지원했는데, 스페인 내전을 통해 신무기를 실험하고 자국 군대의 전투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였다. 공화파는 프랑코에게 맞서기 위해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무기를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 문제만 신경 쓰기에도 벅찼고, 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스페인 내전을 국지전으로 묶어두기 위해 불간섭 정책을 취했다. 경제 대공황 수습과 루스벨트의 재선 문제 등으로 스페인 내전에 개입할 여유가 없었던 미국 정부 또한 스페인에 무기 금수조치를 취해 공화파를 좌절시켰다. 공화파에 무기를 팔겠다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소련뿐이었다. 스탈린이 파시즘이 강화되면 소련에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현상이 스페인에서 일어났다고 말한다. 바로 내전 동안 좌익 사회혁명도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쿠데타 초기, 제대로 된 군인들이 거의 없었던 공화파 지역을 지킨 것은 민병대였다. 특히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무정부주의 민병대가 활약하며 아래로부터의 사회혁명을 일으켰다. 오페라하우스는 대중극장으로, 호텔 레스토랑은 대중식당으로 바뀌었고, 부자들에게 몰수한 저택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이 되었다. 당시 스페인 내전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었던 만큼 수많은 기자들이 스페인을 방문했지만, 그들은 전투 상황에만 집중했을 뿐 스페인의 사회혁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국 켄터키주 출신으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혁명 소식을 듣고 곧장 카탈루냐로 입성한 19살의 루이스 오르만이 세심한 관찰력으로 이때의 상황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념 전쟁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 공산당이 공화파를 지원할 의용병을 모집한 반면, 독재자들을 좋아했던 텍사스의 오일맨 토킬드 리버는 프랑코를 은밀히 지원했다. 그는 프랑코가 필요로 하는 석유를 양껏 대주었을 뿐 아니라, 공화파의 석유 보급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물심양면으로 프랑코를 지원했다. 내전이 끝나고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실은 특히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다.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 허버트 매슈스와 윌리엄 P. 카니도 각각 공화파와 프랑코 지지자로서 불꽃 튀는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전쟁 상황을 자신이 지지하는 편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기사를 부풀리거나 날조해서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듯 스페인 내전은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온갖 이념이 각축전을 벌인 세계의 전장이었다.

아버지, 저는 스페인으로 갑니다
마드리드 공방전부터 에브로강 전투까지, 의용병들의 생생한 기록

스페인 내전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게 많은 시민들이 공화파를 돕기 위해 의용병으로 자원했다. 이 책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로버트 메리먼은 미국인 경제학도로서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다가 스페인 내전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바로 국제여단에 입대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모인 링컨 대대의 주축이 되어 많은 의용병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주인공 로버트 조던을 구상할 때 그를 모델로 삼기도 했다. 영국의 조각가 팻 거니, 유대계 노동 시인 제임스 네우가스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마드리드 공방전, 하라마 전투, 테루엘 전투, 에브로강 전투 등의 참전기는 그때의 생생한 상황을 잘 전해준다.
스페인 내전은 무명의 보통 사람들 외에 다수의 유명인들도 끌어당겼다. 종군기자로 들어왔으나 취재보다는 공화파를 지원하는 데 더 열중하고 게릴라 작전에도 참여했으며, 나중에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 무렵에는 아직 무명 작가였지만 역시 공화파를 지지해 무정부주의 조직 POUM의 민병대 소속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귀국한 뒤에는 그 경험을 󰡔카탈루냐 찬가󰡕라는 생생한 회고록으로 남긴 조지 오웰, 비행대대를 조직해 공화파를 지원한 프랑스의 행동주의 작가 앙드레 말로, 특파원으로 들어와 내전을 취재한 생텍쥐페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유, 무명인들의 개인적 일화, 경험담, 기사에 기존 역사를 접목시킨 것도 이 책이 지닌 색다른 특징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지만 잊히고 만 전쟁
스페인 내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국제여단은 국제적 연대의 실현이었다. 영국과 미국 병사들이 진지로 돌격하는 동안 프랑스 장교가 저격수 역할을 하고, 소련 탱크가 불을 뿜으며 그들을 지원했다. POUM에 동조하며 바르셀로나에 머물렀던 빌리 브란트처럼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반대하는 독일인과 이탈리아인들도 있었다. 조지 오웰이 속한 민병대도 영국인, 스페인인, 독일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헤밍웨이가 참여했던 게릴라군의 리더는 폴란드인이었다. 국제적 연대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프랑코군의 비행기가 투하한 폭탄이 전혀 터지지 않는 일들이 있었는데, 공화파 총리 네그린은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국가주의자군의 불발탄을 열어보니 그 안에 ‘친구여, 이것은 자네를 해칠 폭탄이 아니라네’라고 쓴 직공들의 쪽지가 들어있더군요.”
하지만 공화파는 패하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훈련된 군대도, 제대로 된 무기도 없었고 공화파 내부에서는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간의 혼란한 싸움이 있었다. 소련의 들쑥날쑥한 지원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순수하지만 순진하기까지 한 마음가짐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참혹한 현실을 맞닥뜨리는 의용병들도 부지기수였다. 지휘부는 제대로 된 지도 한 장 없이 돌격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은 적군의 가공할 신무기 앞에서 맥없이 쓰러져갔다. 후에 회고록을 쓴 사람들 중에는 그때 자신들이 전쟁에 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이상은 고귀했다. 사회주의, 스탈린주의, 트로츠키주의, 무정부주의 등 각기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갖고 세계를 보다 정의롭고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하고 전쟁에 참여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 스페인 내전은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벌써 80년이나 지난 일인데다 그 뒤 곧바로 이어진 2차 세계대전의 그늘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 내전은 현대사에서도 중요성이 간과되기 일쑤였다. 그 점에서 베테랑 저널리스트이자 각종 저술상 수상에 빛나는 애덤 호크실드가 스페인 내전을 다시 끄집어내 세인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그 이야기를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 것 또한 내전의 승패가 결정된 곳은 늘 그렇듯 전장이 아닌 열강의 회의장이었는데도, 착각 혹은 순수한 이상에 따라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젊음과 용기를 불태운 당대의 의용병들을 기린다는 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우리가 투우, 플라멩코, 축구의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현대 스페인 역사의 이면에는 이렇게 민간인과 전투원들의 엄청난 희생이 수반된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이후 36년에 걸친 프랑코 독재의 어두운 내막이 숨어있었다. 그렇기에 카탈루냐 분리 독립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스페인 내전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관점으로 조명한 이 책을 이 시점에 우리가 다시금 되새겨볼 이유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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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호크실드 Adam Hochschild
미국의 작가 겸 저널리스트. 뉴욕에서 독일계 유대인 사업가 아버지와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생이던 1962년 여름에는 출장 가는 아버지를 따라 남아프리카에 갔다가 그곳의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의 실상을 목격하고, 1964년에는 미시시피주에서 전개된 민권운동에도 참여하는 중요한 정치적 경험을 했다. 그의 첫 작품인 󰡔Half the Way Home: A Memoir of Father and Son󰡕은 이러한 경험이 투영되었으며,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썼다. 국내 출간된 󰡔레오폴드왕의 유령King Leopold's Ghost: A Story of Greed, Terror, and Heroism in Colonial Africa󰡕은 전미 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To End All Wars: A History of Loyalty and Rebellion, 1914-1918󰡕 또한 전미 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데이튼 문예 평화상을 수상했다. 󰡔Bury the Chains󰡕 역시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LA 타임스》 최우수 도서상과 PEN USA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래넌 문학상 논픽션 부분과 미국 역사학회가 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우드로 윌슨상을 수상했다. 《하퍼스 매거진》,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그란타》, 《뉴욕 타임스 매거진》, 《애틀랜틱》 등 다수의 간행물에 기고했고, 진보 성향의 잡지 《마더 존스》를 공동으로 창간했으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자,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의 <종합 진단All Things Considered> 프로그램의 논평가, 미국과 해외 여러 대학의 초청 교수로도 활약했다. 지금은 UC 버클리의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사회학자인 아내 앨리 러셀 호크실드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이순호
홍익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살라미스 해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살라딘』, 『타타르로 가는 길』, 『미국에 대하여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인류의 미래사』, 『불로만 밝혀지는 세상: 중세 유럽의 풍경』, 『위대한 바다: 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발칸의 역사』,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최초의 해상 제국과 민주주의의 탄생』,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 세계의 중심이 이동한 천 년의 시간』, 『비잔티움: 어느 중세 제국의 경이로운 이야기』, 『현대 중동의 탄생』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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