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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사회학: 세상에 작별을 고하다
저자 : 마르치오바르발리 출판사 : 글항아리 역자 : 박우정
2017.12.18 | 570p | ISBN-13 : 978896735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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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왜 폭탄을 몸에 차고 붐비는 시장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몸을 폭파시켜 주위 사람들을 죽이는 걸까? 오늘날의 자살 혹은 자발적 죽음이 이전과는 어떻게 다를까? 중국, 인도, 중동, 서구사회에서 자살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자살의 유형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비통하고 혼란스러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은 광범위한 비교 연구를 통해 자살을 사회문화적·종교적·정치적 현상으로 검토하고, 그 기저를 이루는 원인과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역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심리학자가 수행한 방대한 연구에 의지해, 자살 이론이 뒤르켐이 강조한 두 가지 요인, 즉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검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살의 동기, 자살에 부여한 의미, 누군가를 위한 혹은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의 목적을 연결시켜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자살을 설명하는 이 새로운 자살 연구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재조명하고, 자살에 대한 오해를 푸는 동시에 이해를 크게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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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서문

1부 서구사회

1장 최대의 죄악이자 가장 중대한 범죄
‘가장 비극적인 일’인 자살의 증가 │ 언제부터 수치가 증가했는가 │ 증가 원인 │ 과거의 반응 │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로 자살한 이에 대한 처벌 │ 불명예 매장 │ 자살에 대한 기독교 윤리의 형성 │ 정절, 강간, 간음 │ 아랍인, 기독교도, 순교자 │ 자살 원인에 대한 기독교적 믿음 │ 디스페어와 레드크로스 기사 │ 자살 결과에 대한 기독교 이전 시대의 믿음 │ 자살을 절도와 유기로 보는 시각 │ 좀처럼 믿기 어려운 신종 범죄 │ 내적·외적 통제

2장 나 자신이라는 감옥의 열쇠
자살의 합법성 │ 문학 감수성의 변화 │ 오래된 행위에 붙은 새로운 이름 │ 자연적 원인과 초자연적 원인 │ 우울증, 심기증, 그리고 히스테리 │ 사실상의 처벌 약화 │ 법률적 처벌 약화 │ 위험에 처한 생명 구하기 │ 자신의 목숨을 끊을 자유

3장 신, 자신, 타인 죽이기
두 개의 상반된 동향 │ 한 강물의 두 물길 │ 공적인 범죄와 사적인 범죄 │ 이런 변화들을 불러온 원인 │ 변화의 선봉에서 │ 절망, 분노, 증오

4장 가난이 자살을 막지 않을 때
사회학의 유일 법칙과 결과 │ 유대교도들이 고대의 자살 면역을 잃었을 때 │ 나치즘과 파시즘의 영향 │ 강제 수용소와 감옥 │ 세계대전 │ 이민 │ 자살은 백인에게 어울리는 행동이다 │ 자살자 중에서 남성의 비중이 줄어들었을까? │ 성적 취향 │ 경제 침체 및 번영의 위기 │ 메탄 사용이 불러온 뜻밖의 결과 │ 유럽 중부와 북부의 추세 역전 │ 자살의 의료화와 그 영향 │ 통증과 그 외의 질병 치료 │ 동부 유럽의 가파른 자살률 증가

2부 동양사회

5장 과부가 되기 전에
사티 │ 의식 │ 일부다처제의 영향 │ 장례식과 결혼식 │ 사랑 때문인가, 강요에 의해서인가 │ 비난받는 자살과 존경받는 자살 │ 사티 풍습의 기원과 확산 │ 사티가 될 것이냐, 과부가 될 것이냐 │ 문화의 충돌

6장 심한 두려움에 떨게 하다
과거 │ 중국의 특징 │ 지속성과 변화 │ 노인과 효 │ 중국 여성들의 자살 │ 마오쩌둥과 5.4 운동 패러다임 │ 자살의 문화적 레퍼토리 │ 덕행에 대한 국가의 예우 │ 남편이 죽은 뒤 │ 사티와의 차이 │ 약혼자가 죽은 뒤 │ 적에게 굴복하지 않는 방법 │ 폭행과 성폭행을 당한 뒤 │ 중매결혼에 대한 반대 │ 변화의 계기 │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격 │ 지난 20년간의 여성의 자살

7장 인간 폭탄
자살 공격과 테러리즘 │ 현대의 자살 특공 임무 │ 약한 자들의 합리성 │ 민족주의와 종교적 차이 │ 자살 공격의 세계화 │ 사이버 공간 │ 자살 폭파범 되기 │ 고귀한 대의를 위해 │ 장미들의 군대

결론 │ 부록 │ 그림, 도표, 표 │ 주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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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르켐의 자살 이론은 모든 자살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동서양을 아우른 자살의 역사와 사회학의 대통합


이 연구는 고대의 순교자부터 현대의 자살 폭파범에 이르기까지 서양과 동양 모두를 아우르며 자살의 역사와 사회학을 훌륭하게 통합했다. _제프리 와트, 미시시피대 역사학 교수

지난 100년 동안 나온 자살의 사회학 관련 저서 중 가장 중요한 책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른 변화와 차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문화적이면서도 구조적이고 동적인 이론의 기초를 제시했다. _랜들 콜린스, 사회학자·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 교수

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왜 폭탄을 몸에 차고 붐비는 시장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몸을 폭파시켜 주위 사람들을 죽이는 걸까? 오늘날의 자살 혹은 자발적 죽음이 이전과는 어떻게 다를까? 중국, 인도, 중동, 서구사회에서 자살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자살의 유형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비통하고 혼란스러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은 광범위한 비교 연구를 통해 자살을 사회문화적·종교적·정치적 현상으로 검토하고, 그 기저를 이루는 원인과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역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심리학자가 수행한 방대한 연구에 의지해, 자살 이론이 뒤르켐이 강조한 두 가지 요인, 즉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검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살의 동기, 자살에 부여한 의미, 누군가를 위한 혹은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의 목적을 연결시켜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자살을 설명하는 이 새로운 자살 연구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재조명하고, 자살에 대한 오해를 푸는 동시에 이해를 크게 높여준다.

자살에 대한 비교역사학적 연구를 시도하다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아직까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자살한,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들의 심리 상태의 면면을 밝히는 책이 아니다. 저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자살, 즉 자발적 죽음에 대한 그의 연구는 ‘자살론’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이론이 점점 부적절해지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시작되었다. 뒤르켐의 이론이 시간과 장소에 따른 자살률의 변화와 역사적 시기, 국가, 사회 집단 간의 자살률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해왔으나, 많은 나라에서 나타난 예상치 못한 동향을 설명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01년부터 ‘비교역사학적’으로 이 주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잘 알려져 있듯, 뒤르켐은 자살률의 변화가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규제,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뒤르켐에 따르면 통합 정도가 낮을 때, 즉 개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면 ‘이기적 자살’이, 통합 정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이타적 자살’이 발생한다. 사회적 규제가 너무 약하면 ‘아노미적 자살’이, 사회적 규제가 과도해지면 ‘숙명적 자살’이 나타난다. 뒤르켐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로 올수록 집단에 대한 개인의 종속이 약해지면서 ‘이타적 자살’이 사라질 것이고, 사회적 통합과 규제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20세기의 마지막 40년 동안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이타적 자살은 오히려 증가했다. 1963년 불교 승려 틱꽝득이 정부에 대한 항의로 분신자살한 사건을 시작으로, 인도, 베트남,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또한 자살 특공 임무의 형태를 띤 새로운 형태의 이타적 자살이 등장했다. 그리고 서유럽 곳곳에서 가파르게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던 자살률은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뜻밖의 두 가지 동향은 우리가 지금까지 추종해온 뒤르켐 이론의 한계를 말해준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통합이 과도하거나 개인이 특정 집단에 종속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지난 17~18세기 중국에서 남편이 죽은 뒤 이타적 동기로 목숨을 끊었던 과부와 ‘수절하는 처녀들’은 결코 사회의 요구에 종속된 수동적인 여성들이 아니었다. 이렇듯 저자는 지난 40년간 많은 나라에서 나타난 새로운 동향과 역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심리학자, 신경생리학자 등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방대한 새 흐름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책의 구성
저자는 뒤르켐의 이론을 참조하되, 다른 분류를 사용하여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공격적 자살, 무기로서의 자살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은 뒤르켐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는 ‘누군가를 위한 자살’과 관련되어 있다. 즉 자살을 하게 만든 사회적 원인이 아닌 ‘개인’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공격적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은 보복으로서의 자살이다. 공격적 자살은 개인적인 이유로 타인을 해치고자 하는 자살이고, 무기로서의 자살은 가미카제와 같이 종교적·정치적인 이유로 하는 자살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자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 책에서는 자살을 문화적·사회적·정치적 요인, 그리고 심리적·정신의학적 요인을 통해 추적해나간다. 1부는 유럽과 전반적인 서구사회를 살펴본다. 1장은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장기간에 걸친 유럽의 자살 동향을 다루며, 자살의 대폭적인 증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한다. 2장은 서구사회의 자살 증가를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시작된 수많은 사회적·문화적 변화로 추적한다. 3장은 15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나타난 자살률과 살인율의 반대되는 동향을 비교하고 다양한 해석적 가설을 제시한다. 4장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나치와 소련 정권, 홀로코스트 등 20세기의 사건과 변화들로 인한 자살률의 변화를 밝힌다.
2부는 인도, 중국, 중동 지역을 다룬다. 5장은 인도의 자살 가운데 특히 남편이 죽은 뒤 부인이 따라죽는 ‘사티’ 풍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6장은 명나라와 청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 중국의 방대한 문화적 레퍼토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마지막 7장은 중동에서 자살 특공 임무가 생겨나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현상을 분석한다.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의 자살: ‘최대의 죄악이자 가장 중대한 범죄’
19세기 초부터 많은 학자들은 유럽 등 모든 문명국에서 자살률이 증가했고, 그 원인을 산업혁명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서는 오히려 자살률이 더디게 증가했으며 미국의 자살률은 낮아지는 등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유럽의 자살률은 언제부터 증가했을까? 중세에 자살은 보통 영웅주의나 순교로 여겨졌다. 이후 17세기 후반부터 서유럽의 자살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영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현상을 학자들은 ‘영국병’이라 부르며 하나의 전염병으로 봤다. 영국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으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1797년 파리의 자살률은 런던의 자살률(10만 명당 9명)보다 2~3배 높아졌고, 1782년에는 10만 명당 28명, 1793년에는 230명으로 급증했다. 산업화 및 도시화 외에 또 어떤 요인이 자살률 증가를 불러온 걸까? 저자는 자살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 체제가 붕괴되면서 자살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과거 유럽은 철저한 기독교 사회였고,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범죄이자 죄악이자 영혼과 육체의 이중적 살해로 여겼다. 종교 당국 및 시 당국은 자살(시도)자들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 구체적인 방법은 나라마다 상이했지만, 유럽 전반에 공통된 현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1786년 영국에서는 이런 설교가 들려왔다. “자살자들은 기독교식으로 매장될 수 없으며 재산이 몰수되고 가족들은 뭇 사람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어떤 지역에서는 자살자의 시체를 교수형에 처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시체를 거리에 질질 끌고 다니며 오욕과 불명예를 안겨줄 것이다.” 당시 유럽인들이 자살이 극악무도한 죄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거리와 광장에서 벌어지는 시체에 대한 응징, 자살한 후에도 재판에 회부되어 교수형에 처해지는 광경뿐 아니라 재산이 몰수되고 남겨진 가족들이 느끼는 절망과 굴욕은 자살을 하면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그러다 16세기 중반과 17세기에 이르면 문화적 엘리트층 사이에서 자살에 대한 기독교 윤리가 처음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귀족, 지식인, 교육 수준이 높은 부르주아 가운데서 자살을 옹호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시기는 달랐지만 토머스 모어, 미셸 몽테뉴, 몽테스키외도 각자 작품을 통해 자살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특히 문학작품을 통해서였다. 셰익스피어는 자살에 지대한 흥미를 느꼈고, 그의 작품 32편에서 자살을 소재로 사용했으며 무려 24명의 등장인물을 자살하게 했다.
현재 남아 있는 문서들을 보면, 자살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내렸던 재판은 18세기 전반이 되면서 훨씬 드물게 열렸고 말경에는 거의 사라졌다. 이렇듯 유럽사회에서 자살에 대한 처벌은 점점 약화되었으며, ‘목숨을 끊을 자유’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상류층에서 시작해 점차 각계각층으로, 개인의 새로운 권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살인과 자살, 그리고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
1786년 로마를 방문한 괴테는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반면, 자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살인이 자살보다 많은 것은 당시 유럽사회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당시 살인이 자살보다 빈번했던 이유는 자살을 살인보다 훨씬 더 강하게 억제하는 사회관계, 신념 체계, 가치관 때문이었다. 유럽 형법에서 가장 극악무도하게 취급된 죄는 이단, 신성모독, 자살, 주술이었는데 하느님과 군주를 모욕하는 신과 인간에 대한 불경죄로 취급되었고, 공적인 범죄였다. 반면 살인은 대개 개인이 개인을 해치는 단순히 개인적 침해로만 여겨졌다. 명예를 중시하는 성향에 따라, 보복의 의미로 살인이 벌어질 때는 용인되거나 정당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뒤집혔다. 살인은 감소하고 자살이 증가했으며, 현대 국가가 탄생하고 발전하면서 국가가 합법적 폭력에 대한 처리를 독점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살인도 공적인 범죄가 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두 번의 세계대전, 경제 위기와 고속 성장, 유대인 학살 및 인민의 적 숙청, 나치와 소비에트 정권 붕괴 등 다양한 사건을 거치면서 이 시기 자살률은 처음에는 증가하다가 이후 떨어지는 양상의 변화를 보였는데, 이는 중요한 문화적 변화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대인들의 결속과 유대감은 그들이 독일사회에 동화되면서 점점 약해졌고, 1933년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은 이후 자살률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강제 수용소와 감옥으로의 대량 추방이 시작된 1941년부터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나치하 유대인들의 자살은 더욱 빈번해졌고, 대부분 자살자가 남성이었던 초기와는 달리 여성의 자살 빈도가 늘어났다. ‘신기하게도’ 강제 수용소에서의 자살률은 높지 않았다. 남아 있는 자료가 부족해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생존자가 그 이유에 대해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죽음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고려해볼 만한 요인은 20세기에 매우 중요한 현상이었던 ‘이민’이다. 1세기 반 전에 『뉴욕 타임스』는 “지난 세기에 자살 마니아가 이례적으로 증가한 현상은 부분적으로 독일인과 아일랜드인의 대거 이민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토박이들보다 더 빈번하게 자살했으며, 출신 국가의 자살률에 따라 이민자들 간에 자살률 차이가 있었다.

남편과 함께 불타 죽다, 인도의 사티 풍습
1987년, 인도 라자스탄의 마을 데오랄라에서 루프 칸와르라는 여성이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결혼한 지 여덟 달밖에 안 된 열여덟 살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붉은색과 금색의 혼례복을 입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마을 광장에 이르러 죽은 남편을 화장하기 위해 준비된 장작더미 위에 올랐다. 그러고는 4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 옆에서 산 채로 불타 죽었다. 그녀는 일자무식도 아니었고 도시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우아한 여성이었으며, 데오랄라는 라자스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부유한 마을 중 하나였다. 같은 기간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과거 수백 년간 위력을 떨쳤던 풍습인 ‘사티’의 마지막 사례로 보인다.
사티는 의식 자체 혹은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남편이 죽은 후 아내가 시신을 화장하는 불에서 함께 불타 죽는 것을 말한다. 먼저 과부의 의사를 엄숙하게 밝힘으로써 정식으로 사티가 시작된다.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확고한 목소리를 소망을 표현하고 의식을 준비한다. 혼례복을 입고 장신구로 몸을 치장한 후 화장터로 떠나기 전 결심을 확정하는 절차로 오른쪽 손바닥에 짙은 황색의 반죽을 묻혀 집의 문들과 벽에 손자국을 찍었다. 과부들은 화장터에 도착하면 우선 옆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마치 ‘기쁨과 즐거움에 넘친 듯’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이후 과부는 혼례복을 벗고 보석과 꽃을 친척들과 가장 친한 여자 친구들에게 나눠주고는, 강으로 들어가 몸을 정화한 뒤 노란색(혹은 흰색)의 긴 옷을 입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몇 마디를 남긴 후 남편의 시신 옆에 누웠다. 보통은 장남이 불을 붙였다. 지역마다 구체적인 절차와 모습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략적인 순서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유럽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들은 ‘왜’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가? 사랑 때문인가, 아니면 강요에 의해서인가? 이 같은 의문은 직접 그 의식에 참여해 과부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종종 풀리곤 했는데, 16세기 초에 두아르테 바르보사는 “너무도 즐겁고 적극적인 표정과 몸짓이어서 곧 죽을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며, 1535년 루도비코 데바르테마는 “그녀가 마지못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지 말라. 그녀는 곧 천국에 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강요에 의한 사티도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재혼할 위험이 있을 경우, 혹은 더 나쁜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남편의 친구들은 그녀를 매우 엄하게 몰아세웠고 무질서를 막고자 분신을 강요하기도 했다.
사티의 기원과 발달에 관해 일부 학자가 제시한 이론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배자와 왕이 소중한 소지품과 소유물을 내세까지 가져가는 고대 풍습에서 사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옷, 무기, 말, 그리고 아내까지 포함되었다. 둘째는 영웅주의를 중요시하는 무사 가문들에서 사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사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문화, 일련의 복잡한 의미와 상징들, 사고방식과 믿음뿐 아니라 그들이 공유한 감정 지배 체계까지 이해해야 한다. 그녀들은 사티가 되는 쪽에 마음이 끌렸고, 과부의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인도 문화에서 과부는 내내 냉대를 받았고, 사티가 되는 것은 고결하고 정숙하며 충실한 아내가 갈망해야 하는 훌륭한 본보기로 여겨졌다.

중국에서 일어난 자살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중국의 자살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인구에서 자살이 더 빈번했다. 또한 노인들의 자살은 드문 반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살이 널리 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골 지역의 자살률이 도시보다 훨씬 높았다. 수 세기 동안 중국에서 자살은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교의 교리문답서들은 이기적인 이유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비난했지만 “군주에 대한 충, 효, 정절, 정의, 전쟁”에 의한 자살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중국 과부들 역시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을 따라 죽기도 했다. 그 이유는 살아 있을 때 남편을 따랐던 것처럼 죽어서도 그러기를 원했기 때문이고, 또 일부 과부들은 재정적 이유로 재혼하라는 가족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인도의 사티가 무조건 남편을 따라 죽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면, 중국에서는 과부가 재혼하지 않고 정숙하게 자식들과 시부모를 보살피며 사는 일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졌다. 시부모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난 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느낀 뒤 비로소 남편을 따라 죽는 과부들도 많았다. 사티와 비슷하게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살 의식으로는 ‘타타이’가 있었다. 13세기 중국에서는 결혼 전에 약혼자가 죽었을 때 약혼자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수절하는 처녀들’이 있었다. 명·청 때 수절하는 처녀가 되기로 결심한 여성들에게는 친정에서 계속 살거나 죽은 약혼자 집에 들어가거나 목숨을 끊는 등 세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이들은 대대로 숭배 대상이 되었고, 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그들에게 상을 내렸다.
그 외에도 여성들은 전쟁 시 약탈자에게 복종하지 않기 위해, 폭행이나 성폭행을 당했을 때도 자살로서 대응했다. 그들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자살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비난하기 위해 범인의 집 앞에서 자살하기도 했다. 또한 중매결혼이 성행했던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중매결혼에 대한 거부로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자살했을 때 서구에서는 ‘왜’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정신 상태나 특정 사건에서 그 이유를 찾고자 했다면, 중국에서는 ‘누가 그녀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는가, 누구 책임인가’를 따졌다. 그랬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복수하고자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등장한 이타적 자살의 형태, 자살 특공 임무
자살 특공 임무(자살 공격)는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졌다. 이들이 왜 이러한 일을 펼치는지를 알려면, 자살 폭파범을 모아서 임무를 주고 준비시키는 조직의 정치적·군사적 요구부터 먼저 살펴봐야 한다. 다누라는 여성은 1991년 라지브 간디에게 접근해 수류탄을 터뜨려 자신을 포함해 16명과 함께 죽었다. 다누가 포함되어 있던 조직은 신할리즈족의 지배로부터 타밀족을 해방시키기 위해 1970년대에 결성된 타밀 타이거스였다. 이후에도 이러한 자살 공격은 계속해서 있었다.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2001년 9·11 테러는 알카에다 소속 젊은이 19명이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하여 일으킨 가장 대담한 자살 특공 임무였다. 이로 인해 거의 3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8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자살 공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암살이나 암살 시도와 관련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은 누가 총을 쏘느냐가 아니라 누가 총알 값을 내느냐다.” 이 문장이 말해주듯 자살 특공 임무에서 조직의 역할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자살 폭파범들은 왜 자기를 희생하면서 자살 공격에 나설까? 여기에는 분명 종교적·이념적 이유, 즉 고귀한 대의를 위해 죽는다는 것이 있을 것이고, 적국의 정부와 군, 사람들에게 복수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진 경우도 많다. 또한 자살 공격은 그 효과가 엄청나다. 우선 들이는 비용에 비해서 많은 피해자를 낼 수 있다. 경비가 삼엄한 지역을 뚫을 수 있고, 구출 작전을 펼칠 필요도 없으며 공격자도 함께 죽기 때문에 적에게 붙잡혀 비밀 정보를 폭로할 위험도 없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반향을 얻고 일반 대중을 쉽게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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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치오 바르발리
1965년 2월 피렌체대 정치사회학부에서 사회학 이론을 전공했고, 학창 시절 가르찬티 출판사에서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했다. 1968년부터 2년간 볼로냐의 카를로 카타네오 연구소를 이끌었으며 1969~1970년 우르비노대 사회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70~1975년 볼로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평교수가 된 후 1979년까지 트렌토대에서 사회학적 사고의 역사를 강의했다. 이후 1979년 볼로냐대로 돌아와 사회학자의 길을 걸었다.
지난 300년간 이탈리아 등 서구 국가들에서 여성의 사랑에 일어난 변화를 다룬 『카테리나 이야기Storia di Caterina che per ott'anni vestiabiti da uomo』(2014)는 당대의 섹슈얼리티를 세밀하게 조명하며 『라레푸블리카』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그 밖에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이 국경 너머의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화했는지를 다룬 『장벽의 안과 밖Dentro e fuori le mura』(2012), 이탈리아인의 감정과 행동, 성 정체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20세기 이후 그것이 개인의 내밀한 삶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설명한 『이탈리아의 섹슈얼리티La sessualitadegli italiani』(2010) 등 수많은 책을 펴냈다. 『이탈리아의 섹슈얼리티』는 “이탈리아의 킨제이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 책 『자살의 사회학』은 저자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줬다. 『자살의 사회학』은 출간과 동시에 치열한 논쟁을 불러왔으며,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텔레비전, 라디오 등 여러 대중매체에서 소개되었다. 2010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몬델로상(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이 박우정
경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남성 과잉 사회』 『인문학은 자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왜 신경증에 걸릴까』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노예 12년』 『좋은 유럽인 니체』 『톨스토이 단편선』 『스프린트』 『월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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