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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저자 : 김성중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주)

2011.09.15 ㅣ 331p ㅣ ISBN-13 : 978893202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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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김성중은 그 누구보다도 인공적인 가능세계의 확장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사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순수 상상의 환영과 패러다 사이를 교란하고 있는 것도 사실 가능세계의 확장이라는 서사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아도 좋다. 그 결과 김성중의 소설은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복수로 분산하는 가능 담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다양한 의미망들로 중첩되어 있기에 다양한 징후 독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의자의 경험과 말, 소망과 상처에서부터 공상적인 그림자의 교란과 치유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치면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기능세계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조성된 가능세계들은 매우 역동적인 것이어서 어떤 맥락에서 대화하느냐에 따라 다른 방식의 소통 지평이 탄력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 우찬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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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웃을 수 없어서 웃기는 사람이 된 것뿐이야. 우스운 얘기지?”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가볍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무겁게…
개성적인 상상력과 스타일을 지닌 작가 김성중의 삶과 세계를 향한 새로운 시선!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졸업한 후에도 한동안 자신이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 서른두 살이 된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구립도서관을 찾아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2년 후인 2008년, 그의 말을 빌리자면 “도서관 생활을 수기처럼 옮긴” 첫 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로 그는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데뷔 3년 만인 올해, 첫 소설집 『개그맨』을 낸 김성중의 이야기이다.
그가 작가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문인은 그의 등단 소식을 전하며, “갖지는 못해도 잊지는 말자”는 영화 「동사서독」의 대사를 인용하였다. 김성중은 그 이야기처럼 살았고, 결국 등단할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성중은 “작가는 특수한 다른 종족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자신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그의 첫 소설집 『개그맨』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소설을 늘 생각하는, 천생 소설가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림자」 「개그맨」 「게발선인장」 「간」 「순환선」 등 일상적인 단어로 된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소설의 모티프를 삶의 도처에서 얻는 듯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등단작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도 “도서관 생활을 수기처럼 옮”겼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어느 날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 의자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도서관의 의자’라는 사물을 서사에 대한 작가의 사유 안에 녹인 활발한 상상력으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솔한 대화에 응하는 주인공은 그들의 “타자수”를 자임하는데,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 것들과의 감각적인 대화와 상상적인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등단작 이후 김성중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하며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이 세계에 대한 그의 사유의 도저함을 반영하며, 진정한 소통에의 욕망을 향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사를 나타낸다. 그리고 여기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주목하게 하는 것은, 이를 표현하는 김성중만의 새롭고 다양한 시선과 그 속에 담고 있는 질문들이다.

『개그맨』의 첫 문을 여는 「허공의 아이들」은 서서히 땅이 무너지면서 허공으로 떠오르며 사라져가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다. 희망이 봉인되다 못해 세계 파국의 불안이 가중되는 반성장 시대의 성장통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집과 땅 사이의 틈이 점점 벌어지면서 허공에 계단이 생기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점차 투명해지다가 결국 그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증발해버리고 만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작가는 이 안에서 “사라지는 세계에서 성장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현실의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은 이어지는 작품 「그림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그림자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왜곡되고 전도된 그림자들로 인해 혼돈의 도가니가 된 초현실적인 섬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방치한 채 살아가기 일쑤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희화하하고 있다. 그림자의 제 주인을 찾아주는 “기적의 소녀”를 통해 작가는 분열된 세계를 치유하고 통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소녀는 오히려 불신의 대상이 되고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는 고조된다. 표제작인 「개그맨」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으로 인해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심연으로 내려가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 개그맨과 사랑했지만 다른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한 후 14년간 무탈하게 산 여자가 옛 애인인 개그맨의 부고를 듣고 자신과 헤어진 이후 그 개그맨의 삶을 더듬어보는 이 작품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밀한 상처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때로는 무탈함이 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전언은 「버디」에서 더욱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140세로 늘어난 미래에 여든이 넘은 우울한 나와 한쪽 눈이 불구인 아나키스트 버디, 그리고 평균 수명의 절반 수준에서 곧 생을 마치게 될 여인 R의 기이한 동거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죽음을 대비할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진 시대의 역설적 악몽을 환기한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늘어난 삶의 시간이 정녕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버디」에서의 질문은 「게발선인장」으로 이어진다. 파란만장하고 고단한 삶을 살다 노년을 맞은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 주인공으로 하여, 말씀이 토대를 구축하는 사이비 종교의 흥행과 토대가 말씀을 구축하는 그 교주의 사기 행각을 복합 렌즈로 포착한 이 작품은 현실을 잊고자 만든 자신의 환상에 결국 더 큰 상처를 입은 힘없는 노년의 더없이 절망적인 삶을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모든 시민들이 탈모가 된 후 그 머리에 갖가지 꽃이 피어나고, 그 꽃의 아름다움에 따라 사람의 우열이 결정되는 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연쇄살인과 임신을 하지도, 머리에 꽃을 피우지도 못하는 상처받은 여인 수하일라의 이야기를 담은 「머리에 꽃을」, 옛이야기 「토끼전」을 김성중만의 스타일로 패러디하여 상처와 치유에 관해 우화적으로 접근한 「간」 등은 작가 김성중만의 색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 「순환선」에 이르러, 희망은 봉인되고 출구가 막힌 악몽이 끝없이 순환될 것임을 독자들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김성중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의 첫 소설집의 제목이 왜 『개그맨』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그 깊은 곳에 슬픔을 알아야 타인을 웃길 수 있듯이, 경쾌한 상상력을 리드미컬하게 전개하는 김성중 소설의 재미에 빠져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존재의 심연으로 내려가는 상상의 깊이와 마주쳐 돌연 숙연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가볍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무겁게 조망하는 작가 김성중의 힘이고, 이 신예 작가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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