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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월금도에서 태어나 자란 도모코는 18세가 되는 해에 어머니의 유지에 의해 양아버지 긴조가 살고 있는 도쿄 대저택으로 가야 한다. 약속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19년 전 도모코 친아버지의 변사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암시하며 그녀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협박 편지가 날아든다. 불안한 긴조는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도모코와 동행해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편지의 경고대로 그녀의 정혼자가 차례차례 살해되는 피투성이 참극이 시작되고 만다. 한편 도모코는 친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경악스러운 진실과 마주하는데...
모녀 2대에 걸쳐 저주받은 명가, 절세미인을 두고 벌이는 사내들의 추악한 암투, 완벽한 밀실, 그리고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문체로 완성한 살인의 미학. 대담한 트릭으로 본격 추리소설의 정점을 찍은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화제작.
두 차례 영화화, 다섯 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진 가장 드라마틱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대표작 《이누가미 일족》으로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여왕벌(원제: 女王蜂)》은 그의 열세 번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1951년부터 1952년까지 잡지 《킹》에서 연재되었다. 《킹》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무려 7천만 부를 찍었다는 당대 최고의 대중지였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그룹 ‘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긴다이치 코스케로 분한 2006년 드라마까지 총 다섯 번 드라마화, 두 번 영화화된 이 작품은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영상화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다. 절대미를 향한 인간의 복합적 애증과 탐욕에 대한 묘사와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특히 매력적인 이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 팬 사이트인 요코미조 월드에서 ‘최고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10위에 랭킹되는 등 일본 추리소설 독자는 물론 대중에게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국내에 출간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이제 여덟 권째가 되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요코미조 세이시 붐에야 미칠 수 없겠지만, 국내외 추리소설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요즘, 한 작가의 동일 시리즈가 이만큼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무려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지닌 힘과 매력이 녹록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결과일 것이다.
긴다이치 vs 절세미인,
이만큼 가슴 설레는 설정이 또 있을까! -스즈키 고지(鈴木光司), 소설《링》작가
외딴 섬 월금도에 스스로 무장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후예라 칭하는 다이도지 가문이 살고 있다. 대학생 두 명이 섬을 찾아오고 그중 한 명이 다이도지 가문의 영양과 정을 통해 여아를 출산하지만 아버지는 실족사, 몇 년 후 어머니마저 병사한다. 또 다른 한 명, 긴조는 다이도지 가문의 데릴사위로 입적, 여아 도모코의 양아버지가 된다. 도모코는 어머니의 유지에 따라 18살이 되면 도쿄에 살고 있는 긴조에게 가야 한다. 약속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19년 전 도모코 친아버지의 변사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암시하며 그녀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협박 편지가 날아들고, 이에 긴조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도모코를 무사히 도쿄까지 데리고 와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편지의 경고대로 도모코의 정혼자가 차례차례 살해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 속으로 긴다이치는 몸을 던진다.
국내 소개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 《여왕벌》은 비교적 시리즈 후반에 속한다(《악마의 공놀이 노래》의 연재가 1959년에 완료돼, 국내에 출간된 시리즈 중에서는 시기적으로 가장 늦다). 1950년대 일본은 전쟁의 상흔을 치료하며 이른바 초고도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1946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첫 작품 《혼진 살인사건》을 발표한 이후, 요코미조 세이시는 오카야마 현 피난 시절 중 간절히 바랐던 추리소설 집필에 매진하며 연이어 걸작을 쏟아냈다. 하지만 격변하는 시대와 함께 그의 작품 역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여왕벌》은 그 변화의 지점에 위치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절세미인을 둘러싼 2대에 걸친 집요한 욕망과 죽음에 이르는 저주를 작가 특유의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필체로 그려나가고 있는 이 작품은, 여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비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또한 대담한 트릭과 그것을 풀어내는 긴다이치의 천재적인 추리를 선보이며 작가는 본격 추리소설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현대적인 감각까지 겸비한 《여왕벌》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경지로 불리며 본격 탐정소설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코미조 세이시(橫溝正史)
1902년 일본 고베(神戸)에서 태어났다. 구제국오사카약전을 졸업하고 가업인 약국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작품 투고를 해오다가 1926년 일본 추리소설계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권유로 하쿠분칸(博文館)에 입사,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신청년》 《탐정소설》의 편집장을 역임하였고 1932년에 퇴사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추리소설 전문지 《보석》에 발표한 《혼진 살인사건》으로 제1회 탐정작가클럽 상 장편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문예춘추》에 역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로 선정된 《옥문도》를 비롯하여,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 《여왕벌》 《악마의 공놀이 노래》 등의 명작을 차례로 발표하였다. 잠시 절필하였으나, 1976년에 영화 〈이누가미 일족〉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요코미조 세이시 붐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으며 이것을 계기로 거장으로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2000년 문고본만으로 이미 판매량 6천만 부를 넘어섰으며, 그가 창조해낸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불린다. 1981년에 영면, 현재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옮긴이 정명원
1974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였다. 옮긴 책으로 《이누가미 일족》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밤 산책》 등이 있다.